靑-부처 책임전가도 역정… 여론수렴후 체결 재추진 시사靑 “국무회의 의결 미리 알았지만 비공개 처리는 몰랐다”
이명박 대통령이 2일 19대 국회 개원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특히 이 대통령도 한일 정보보호협정의 국무회의 의결에 대해 사전에 공식 보고를 받은 것으로 확인돼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절차와 과정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이번 사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긴급 안건으로 국무회의에 상정하는 등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 없이 처리할 일이 아니었다”며 “도대체 긴급 안건 상정은 누구의 발상이냐”고 거듭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또 이번 사태를 놓고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국방부 등 정부 부처 간에 책임 떠넘기기 양상을 보인 데 대해서도 역정을 내며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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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수석비서관회의는 천영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드릴 말씀이 없다”고 하는 등 내내 침통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으며 이번 협정을 실무적으로 총괄한 김태효 대통령대외전략기획관은 회의에 불참했다.
▼ 정무적 판단-의견수렴 없이… 4년전 ‘쇠고기 파동’ 닮은꼴 ▼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국회에 설명한 뒤에는 협정 서명 절차를 밟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라며 “법제처의 유권해석을 받은 결과 협정 서명을 위해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논의하면 국회도 이해하리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언급 가운데 ‘국익을 위해 협정이 필요하다’는 게 핵심”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도 한일 정보보호협정이 지난달 26일 어떤 식으로든 국무회의에서 의결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다만 비공개 처리에 대해선 청와대의 외교안보 사안을 총괄하는 천 수석도 몰랐다고 밝혔다.
천 수석은 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중남미 4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지난달 27일)하기 전에 대통령에게 ‘한일 양국이 국무회의 의결 등 국내 절차를 거쳐 29일경 협정에 서명할 계획’이라고 보고했고 이 대통령도 ‘알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밝혔다. 이어 “순방 기간 협정과 관련해 한일 양국의 논의가 완료됐다는 연락을 받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는데 이 당시엔 ‘긴급안건’으로 상정되는지 나도 몰랐고 당연히 대통령도 몰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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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일각에선 고위 관계자 인책 등 ‘정치적 출혈’을 감수한다는 전제로 재추진 의사를 밝힌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외교부가 다른 데(청와대나 국방부) 책임을 전가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도 사실상 사의 표명을 전제로 사태를 마무리하기 위해 ‘배수진’을 친 것 아니냐는 말도 들린다.
이번 한일 정보보호협정 파문이 국익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정무적 판단 없이 필요한 절차를 무시한 채 추진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가 임기 동안 보여준 △정무적 판단 부재 △필요 절차 무시 △사후 대처 무기력의 ‘3무(無) 현상’이 이번에도 재연됐다는 것이다.
2008년 4월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격 결정했다가 서울 시내를 뒤덮은 촛불시위를 초래했다. 당시 청와대 참모들은 그 결정이 앞으로 어떤 사회적 파장을 야기할지 정무적 판단을 전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도 대일(對日) 문제라는 미묘한 이슈를 마치 일반 법안을 처리하듯 다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비공개 처리로 ‘은폐’ 논란을 불러 4년 전 여론수렴 과정 등 최소한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실수를 다시 저질렀고 중대 사안이 벌어졌는데도 정부 차원의 조직적 사후 대처가 거의 없었다는 점도 비슷하다. 새누리당의 친이(친이명박)계 재선 의원은 “4년 전 정권이 휘청거릴 정도의 타격을 입었는데도 별다른 교훈을 얻지 못한 듯하다”며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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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널A 영상] MB “한일 정보보호협정 절차 잘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