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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이 미래다]급성장한 한국의 사회적 기업

입력 | 2012-06-29 03:00:00

사회적 기업 5년 새 13배로 껑충… 제품뿐 아니라 문화도 판다




사회적 기업이 운영하는 암흑 체험장인 ‘어둠 속의 대화’ 전시장에 관람객들이 들어서고 있다. 사회적 기업은 2007년 첫선을 보인 이후 5년 만에 13배가 늘어나는 등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엔비전스 제공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어둠 속의 대화’ 전시장. 문을 열고 한 발 내딛자마자 어둠이 시작됐다. 90분 동안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안내하는 ‘로드마스터’의 목소리만 들렸다.

좁은 빌딩 안이지만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은 암흑 속에서 시끌벅적한 시장도, 활기찬 부두도, 커피를 내놓는 레스토랑도 방문했다. 그리고 90분 동안 방문객을 이끌던 로드마스터의 마지막 말에 다시 한 번 놀란다. “저는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장애인입니다. 이곳 직원들 가운데 상당수가 시각장애인으로 암흑 속에서 여러분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어둠 속의 대화를 운영하는 엔비전스는 고용노동부가 인증한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 중 하나다.

○ 5년 만에 13배로 늘어난 사회적 기업

2007년 사회적 기업이 국내에 도입된 이후 기업 수와 종사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사회적 기업 종류도 복지법인에서 운영하는 단순 제조업에서 엔비전스와 같이 문화와 사회복지 분야 등으로 다양해졌다.

2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4월 말 현재 국내 사회적 기업 수는 656곳. 예비 사회적 기업 1340곳을 포함하면 국내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은 1만6406명에 이른다. 기업 수와 종사자 수는 2007년에 비해 각각 13배 및 6배로 늘었다.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는 장애인 등 취약계층도 지난해 1만 명을 넘어섰다.

사회적 기업을 분야별로 나눠봤을 때는 환경(113곳·17.2%)부문이 가장 많다. 이어 사회복지(92곳·14.0%)와 문화(89곳·13.6%), 간병가사(53곳·8.1%) 등의 순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청소업체 등 서비스 업체가 초기 사회적 기업으로 많이 지정됐지만 지금은 문화부문 사회적 기업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사회적 기업의 성장세에 힘입어 다음 달 1, 2일 서울 코엑스에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등과 함께 제1회 사회적 기업 박람회를 개최한다. 박람회에서는 74개 사회적 기업과 11개 지방자치단체가 참가해 그동안 ‘공공구매’에 의존해 왔던 사회적 기업 제품을 일반 기업이나 소비자에게 소개할 예정이다.

○ 필요한 곳 긁어주는 지원 이뤄져야

전문가들은 사회적 기업 수가 최근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지만 아직 홍보와 마케팅 등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송영희 엔비전스 대표는 “사회적 기업 자체의 홍보는 많이 됐지만 소비자들은 아직 개별 기업이 사회적 기업인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사회적 기업 육성을 일종의 ‘복지비용’으로 보는 시각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23일 어둠 속의 대화 전시장을 방문한 김요한 씨(27)는 “사회적 기업이 전시하는 공연이라는 것을 알면 좀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길수 고용부 사회적 기업 과장은 “그동안 사회적 기업 예산의 70%가 소외계층 인건비 지원 등에 사용됐다”며 “앞으로 사회적 기업의 시장 판로 개척을 돕는 등 자립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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