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불행해”는 잘나가고 싶은 욕망을 표현한 것
이를테면 청춘 남녀가 짝짓기를 할 때의 기준은 무엇인가? 외모든 직업이든 무조건 남들이 부러워할 만해야 한다. 누군가 그랬다. 사랑이란 ‘무리 속에서 특이성’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특이성이란 어떤 가치로도 환원될 수 없는 고유성을 말한다. 하지만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것이라면 특이성도 고유성도 아니다. 쉽게 말해 남 좋은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셈이다. 또 애정은 늘 과잉으로 표현해야 한다. ‘너는 나의 운명’ ‘그대 없인 못 살아’ ‘심장이 터질 것 같아’ 등. 결정적인 순간에 내뱉어야 하는 말을 시도 때도 없이 주고받는다. 왜냐고? 그래야 남들이 부러워하니까. 스킨십이나 프러포즈 역시 꼭 ‘남들 앞에서’ 해야 한다. 선상 이벤트, 서프라이즈 파티, 무슨 무슨 데이 등. 하여 연인들은 사랑 자체보다 온갖 행사를 뛰느라 바쁘다. 당연히 남들의 부러움을 사기 위해서다. 딱 그만큼이 행복의 지수니까. 이런!
양생의 차원에서 보면 이는 실로 치명적인 행위다. 성호르몬의 분비는 생명의 원천인 ‘정기신’ 가운데 ‘정(精)’에 해당한다. 정은 신장에서 만들어지고 또 거기에 저장된다. 깊은 산속 옹달샘처럼. 신장은 물이고 겨울의 기운이다. 옹달샘이 수많은 사람에게 노출되면 어떻게 될까? 순식간에 말라버릴 것이다. 과잉표현과 이벤트는 바로 이 깊은 샘물을 마구 펌프질을 해서 써대는 꼴이다. 고이기도 전에 퍼내고 또 퍼내고. 결국 금방 말라버릴 것이다. 그때부터 갈증과 분노가 폭발하기 시작한다. 인정욕망이 막장 드라마로 바뀌는 지점이다.
그래서 인정욕망은 ‘늪’이다. 헤어나려 하면 할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늪! 이 늪을 벗어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역지사지를 하면 된다. 즉 나를 미루어 타인을 보면 된다. 헌데, 나를 잘 모르겠다고? 그럼 나를 남을 대하듯 잘 탐구하면 된다. “나는 너고, 너는 나다!”(연암 박지원)
고미숙 고전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