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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총파업]팍팍해진 화물차 운전사들의 삶

입력 | 2012-06-26 03:00:00

“月140만원 손에 쥐어… 아내와 둘이 살기도 빠듯”
4년새 月수입 40만원 줄어… 車유지비용 늘어 적자 일쑤




“아내와 둘이 먹고살기도 힘듭니다. 노후는 생각조차 못하죠.”

이번 총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화물차 운전사들도 화물연대의 주장 자체는 대부분 동감한다. 그만큼 화물운송업계의 ‘실질임금 하락’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25일 서울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40년 경력의 컨테이너 운전사 정모 씨(64)는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중산층으로 살 수 있었는데 이제 어디까지 떨어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 씨의 2008년 평균 월수입은 184만 원 정도였지만 4년 뒤인 지금은 140만 원으로 떨어졌다. 한 달 매출액은 700만∼1000만 원 수준이지만 기름값으로만 400만∼550만 원이 든다. 집에 들어갈 일이 없는 그가 한 달에 쓰는 식비 및 잡비는 아무리 아껴도 100만 원 내외. 소모품 수리비용도 월 100만 원가량 든다. 1억5000만 원을 주고 산 화물차의 감가상각비용이 월 110만 원 정도에 보험료도 25만 원이 든다. 고속도로 통행료 30만∼40만 원까지 포함하면 차량 운행에만 드는 비용이 730만∼880만 원에 이른다. 운송량이 적을 때는 적자를 보는 구조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국내 경유 평균가격은 2000년 L당 612원에서 올해 1831원으로 3배로 올랐다. 최근 5년으로 한정해도 경유가 인상률은 60%였지만 화물운송 운임은 같은 기간 10% 오르는 데 그쳤다. 이렇다 보니 노동자운동연구소가 25일 발표한 화물차 운전사 실질순수입 자료에 따르면 2005년 2034만 원이던 연간 실질소득이 2011년 1999만 원으로 줄었다. 화물연대는 25일 파업에 돌입하며 “생존권의 벼랑에 몰렸다는 것은 38만 명에 이르는 화물차 운전사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라며 “운송료 현실화와 표준운임제 정착은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금 사정이 나빠진 화물차주들이 고금리의 악순환에 빠지는 것도 문제다. 매년 상대적으로 소득이 줄어들지만 차량 할부비용과 자녀 교육비 등 목돈이 드는 일이 많아 돈을 빌리게 되는데 이미 신용도가 떨어져 고금리의 제2, 3금융권을 찾는 사람이 많다. 정 씨는 “급전이라도 필요하면 다 캐피털금융을 찾는다”며 “심할 경우 카드깡, 사채까지 갖다 쓰는 차주도 부지기수”라고 했다.

지금 상황에서 화물차 운전사들이 바라는 건 뭘까. 정 씨는 “기름값 상승은 모든 사람에게 해당된다고 해도 치솟는 차량가격이나 유지비 정도는 운임에 반영되는 구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매달 몇백 시간씩 일해 빚 갚기 바쁜 지금의 상황은 어떻게든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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