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일간 수사결과 발표
○ ‘몸통’ 못 찾은 ‘먼지떨이 수사’
특검팀은 이날 90일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청와대 등 관련 기관의 은폐 조작 및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 전 수석 등 3명을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김 전 수석 등이 사건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의혹은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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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 차장 김모 씨와 선관위 직원 고모 씨를 각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고 씨는 디도스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이유로, 김 씨는 선관위 서버 증설 보고를 허위로 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특검이 핵심 의혹에는 속 시원한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디도스 공격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김 씨와 고 씨를 재판에 넘긴 것을 두고 부실 수사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해 ‘먼지떨이 수사’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 검찰 수사 결과 재확인
박 특검은 이날 “최 전 의원의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기지국 위치 분석 등 광범위한 수사를 벌였지만 최 전 의원은 나경원 캠프 사무실을 방문한 적도 없었고 캠프 관계자와 통화한 기록도 없었다”고 밝혔다.
특검은 또 디도스 공격 시점을 전후해 주범들 사이에 오간 자금 1억 원의 성격에 대해서도 뚜렷한 설명을 해내지 못했다. ‘이자를 대가로 한 개인적 돈거래일 뿐’이라는 주장을 깨뜨릴 증거를 찾지 못한 것이다. 또 ‘이름 석 자만 들어도 알 만한 인물이 있다’ ‘너희들은 못하는 것이 없냐. 우리 대장(최 전 의원)이 밥 한번 먹자고 했다’는 등 공격 배후를 암시하는 최 전 의원의 비서 공모 씨(27)의 발언에 대해서도 특검 관계자는 “대질조사까지 벌였지만 공 씨가 강하게 부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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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효재와 최구식은 선후배 이상”
특검은 디도스 경찰 수사팀이 지난해 12월 1일 긴급 체포된 공 씨가 최 전 의원의 비서라는 사실을 확인한 후 검찰에 송치할 때까지 거의 매일 수사 상황을 김 전 수석에게 보고한 사실을 확인했다. 특검은 지난해 12월부터 12차례에 걸쳐 최 전 의원에게 자신이 보고받은 경찰 수사 상황을 알려준 혐의로 김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했다. 특검은 “김 전 수석과 최 전 의원은 국회의원으로 재직하기 이전부터 오랜 기간 친분을 쌓아와 보좌관들끼리도 서로 깊은 관계를 유지했다”며 “이들은 단순한 언론사 선후배 이상이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 “선관위 내부 공모는 사실 아니다.”
특검은 유력하게 제기된 선관위 내부 직원의 디도스 공격 공모 의혹은 회선 증속 담당 사원의 ‘허위 보고’에서 비롯된 것을 밝혀냈다. 디도스 공격 당시 비교적 소규모 디도스 공격을 받고도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접속 자체가 불가능해졌던 것을 두고 팟캐스트 등을 중심으로 ‘내부 직원의 공모가 있었다’는 의혹이 유력하게 제기돼 왔다.
특검 관계자는 “회선 증속 담당 사원 김 씨가 지난해 10월 작업 당시 증속되지 않은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잘못된 자료를 제출했기 때문에, 당시 중앙선관위의 디도스 공격 원인 분석 자체가 틀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검은 이날 김 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로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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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