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돌연 일정을 취소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사한 미군들의 유해를 마중하기 위해 도버 공군기지로 향했다. 2009년 10월에도 새벽에 도버 기지로 날아가 전사자들의 운구를 부동자세로 지켜봤다. 군(軍) 통수권자가 전사자들에게 최고의 예우를 다하는 모습은 그들의 숭고한 희생을 미국민에게 선명하게 각인시켰다.
국방부가 29일 열리는 제2연평해전(6·29 서해교전) 10주년 기념식에 이명박 대통령의 참석을 적극 건의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이 참석할 경우 군 통수권자로서는 제2연평해전 관련 행사 첫 참석이다. 2002년 7월 1일 제2연평해전 참수리호 전사자 6명의 영결식엔 대통령도, 국방장관도 가지 않았다. 김대중(DJ) 당시 대통령은 북한의 기습으로 우리 참수리호 장병 20여 명이 희생되거나 다친 상황에서 월드컵 결승전 관람을 위해 웃으며 일본으로 떠났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첫해인 2008년 ‘서해교전’이라는 명칭을 승전(勝戰)의 의미가 담긴 ‘제2연평해전’으로 바꾸고, 해군 자체 행사로 열리던 추모식을 정부가 주관하는 승전기념식으로 격상했다. 늦기는 했으나 이 대통령이 참석한다면 서해의 수호신으로 거듭난 참수리호 용사들을 한마음으로 새롭게 기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도발 위협을 멈추지 않고 있는 북한에 준엄한 경고의 메시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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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안녕을 지키려다 산화한 장병들의 영전에 10년 동안 국화 한 송이 바치지 않았다. 그러고도 죄책감이 안 보인다. 김동신 박지원 임동원 신건 제씨는 이제나마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대신해 제2연평해전 1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희생 장병들에게 용서를 빌고 국민에게 사죄하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