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자산 품귀’ 현상
○ ‘안전하지 않은 안전자산’
안전자산은 부도 위험, 물가 및 환율 변동 위험이 낮고 유동성은 풍부한 상품을 일컫는 말로 금, 세계 주요국 국채 및 통화, 현금 등이 대표적이다. 화폐가 생기기 전부터 안전자산의 대명사로 군림해온 금은 지난해 하반기 유럽 재정위기가 부각되면서 값이 급락하기 시작해 안전자산의 위상에 금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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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채와 함께 ‘유이(有二)’한 안전자산으로 평가받았던 독일 국채 금리도 유럽 위기의 종착역이 결국 독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상승하고 있다. 올해 초 독일 정부는 마이너스 금리로 국채를 발행했지만 14일 독일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1.49%까지 올랐다.
○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부족
안전자산의 수급불균형도 심각하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세계 안전자산 규모는 2007년 말 21조2830억 달러에서 2011년 말 13억9620억 달러로 34% 감소했다.
원인은 크게 3가지다. 우선 세계 각국의 재정건전성 악화로 신용등급이 가장 높은 ‘트리플A(AAA)’ 등급 국가의 수가 줄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미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일본 스페인 아일랜드가 ‘AAA’ 등급 대열에서 탈락했다. 네덜란드와 핀란드도 등급 강등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둘째, 우량 기업들이 경기 불확실성으로 회사채 발행은 줄이고 현금 확보를 늘리는 바람에 AAA 등급 회사채도 동이 났다. 세계 AAA 등급 회사채 발행액은 2006년 4500억 달러에서 2011년 2180억 달러로 52%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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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산 버블과 급락 위험 동시 내포
전문가들은 ‘안전자산 실종 사태’가 향후 세계 경제의 자산가치 버블 및 급락 위험성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고 말한다. 김동완 국제금융센터 상황정보실장은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적다 보니 현재 세계 안전자산들의 가격은 크게 고평가된 상태”라며 “미국과 독일 국채의 경우 금리 자체는 역사적 저점 수준이지만 이 둘의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뚜렷한 상승 추세”라고 지적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안전하지 않은 자산을 안전자산의 포트폴리오에 넣은 결과, 갑작스러운 매도 물량 출회로 자산가치 급락을 야기할 개연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