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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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나의 ‘미친 존재감’ 이승엽을 바라보며
한 선배로부터 야구 배트를 선물로 받았다. 야구를 보는 사람이긴 하나 야구를 하는 사람은 아닌지라 야구화며 글러브며 장갑이며 온갖 장비에는 담 쌓고 살아온 나, 좋다고 폴짝 뛰기는 하였으나 한두 번 휘두르다 말고 가만 내려놓는 걸 보니 진심으로 기쁜 것만은 아닌 듯했다. 명품 가방이었다면 또 모를까, 도깨비 방망이도 아닌 그것을 어깨에 인 채 이 물건을 어디에 놓나 이 방 저 방 자리보전할 곳을 찾는데 눈에 띄는 자리라곤 펑퍼짐한 항아리뿐이었다. 우산들과 더불어 한데 방망이를 꽂았다. 참으로 묘한 건 날렵한 우산들 사이에 머쓱하게 낀 그것이 오며 가며 자꾸만 내 시선을 잡아끈다는 사실이었다. 정말이지 방망이는 손이 가요 손이 가, 사람의 손을 부르는 운명 속에 태어났구나.
사회인야구단의 4번타자를 도맡은 선배는 글을 쓰다 안 풀릴 때면 휘휘, 강의가 힘들거나 학생들이 온갖 스트레스를 줄 때도 휘휘, 집과 학교에 방망이를 갖다 놓고 자주 휘두른다고 했다. 어쩌다 생기는 가욋돈은 모두 방망이 사는 데 들여 수십 개가 넘는다나. 그럼에도 아직 제대로 된 홈런의 손맛을 보지 못했다는 그, 담장을 훌쩍 넘기는 그 포물선의 곡선을 꼭 한 번 그려보고 싶다는 마음에 오늘도 땀 흘리고 있을 그, 하물며 우리 같은 일반인들도 그러할진대 진짜배기 홈런타자들이 배트를 바라보는 심정이란 어떤 곡절일는지.
물론 모두의 힘이 보태져야 하겠지만 역사의 전환이라는 소용돌이의 시발은 꼭 한 사람으로 비롯된다고 할 때 이승엽, 그 이름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한국야구사의 유일무이한 홈런 신(神)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한다. 현재까지 한일 통산 500홈런으로부터 세 개 모자란 기록 속의 그가 아니던가. 76년생으로 나와 동갑인 그, 내가 대학 새내기였을 때 그는 삼성 라이온즈의 새내기였으니 그 시작은 초심으로 다르지 않았을 터, 내가 이 직장 저 직업을 전전하는 와중에도 그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18년째 제가 휘두르는 배트와의 싸움에 몰두중이니, 장인(匠人)이 별스럽고 위인(偉人)이 별거이랴. 삶을 이렇게 살아내는 자가 있다면 충분히 갖다 바칠 칭송으로 마땅할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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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