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석 산업부 기자
급발진의 원인은 아직까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규명한 적이 없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도 이를 밝혀내지 못했다. 자동차 업체들은 급발진의 원인은 ‘운전자의 오작동 때문’이라는 주장만을 반복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조사에 나선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한국 의료계와 과학계가 이뤄낸 세계적인 업적을 떠올리면 못 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전문가들은 특정 장치만을 살펴봐서는 원인 분석이 어렵다고 본다.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운전자 발 밑에 카메라를 다는 게 빠를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제작 결함과 운전자 오작동을 특정 장치의 문제만으로 보기에는 수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조사반은 보다 치밀한 원인 규명에 나섬과 동시에 급발진 현상을 막기 위한 현실적인 대책 수립에 힘쓸 필요가 있다. 가장 현실적인 수단으로 지목되는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시스템(BOS·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았을 때 제동력을 우선하는 장치)’ ‘급출발방지장치(BTSI·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만 변속기를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장치)’의 장착 및 정상 작동 여부를 조사하고 감시하는 것만으로도 급발진 추정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 국민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이번 조사가 체계적이고 정밀하게 이뤄지길 바란다.
이진석 산업부 기자 ge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