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수출을 중개하고 1조4000억 원대의 불법 외환거래로 탈세를 조장한 '환치기' 일당이 세관에 적발됐다. 불법 외환거래 규모로는 관세청이 개청한 이래 가장 컸다.
관세청 서울세관은 밀수출을 알선하고 불법으로 외환 거래를 한 혐의(외국환거래법, 관세법 위반)로 환치기 업자 이모 씨(45), 환전상 강모 씨(여·58)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운반책인 일본인 2명을 지명 수배했다고 12일 밝혔다.
세관에 따르면 이 씨 등은 2007년부터 5년간 130여개 대일(對日) 무역업체들과 짜고 의류 등을 일본에 밀수출하고, 물품 대금은 일본인 현금 운반책이 현금으로 밀반입한 뒤 국내 환전상을 통해 엔화를 원화로 환전하는 수법으로 불법 외환거래와 탈세를 저질렀다. 불법외환거래만 대행해주는 일반 환치기와 달리 밀수출부터 대금회수, 불법자금조성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하는 신종 수법을 동원한 것.
환전상 강 씨도 가담해 일당을 도왔다. 강 씨는 이 씨로부터 건네받은 돈을 외국인 여권 사본을 이용해 다른 외국인에게 환전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으며, 5000달러 이상 환전에 대한 신고 의무를 피하기 위해 5000달러 이하로 쪼개서 환전하기도 했다.
이 씨는 동대문 일대에서 수출물품 포장 등 무역업체를 운영하다 2007년 신종 환치기 수법을 개발한 뒤 다른 무역업체들을 끌어들였다. 업체들은 매출을 누락시키고 현찰을 챙겨 탈세를 할 수 있었고 이 씨 등은 5년 간 수수료 등 명목으로 39억 원을 챙겼다.
제보를 받은 세관은 지난달 공항에서 일본인 A 씨에게서 여행가방 2개를 전달받은 이 씨를 미행해 소재를 파악한 뒤 사무실을 덮쳐 증거를 확보했다. 이 씨가 받은 여행 가방에는 3억2000만 엔(약 47억 원)이 현금 다발로 담겨 있었다. A 씨는 가져온 돈을 사업자금으로 허위 신고하고 이 씨에게 돈을 건넨 뒤 바로 출국해 지명수배됐다. 세관은 앞으로 환치기에 가담한 130여개 무역업체들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해 매출 누락, 자금세탁, 재산도피 여부 등을 따져 엄중히 처벌할 방침이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