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高 학생 15∼40% 애용… 불법거래에 가짜까지 나와마약성분 포함돼 중독성 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 고등학교 주차장에서 방과 후 2학년생 윌리엄 시먼스 학생이 오렌지색 약의 캡슐을 열어 가루를 손바닥에 놓은 뒤 코로 들이마셨다. 다른 8대의 차 안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벌어졌다. 이 약은 마약이 아니다. 공부 집중에 도움을 준다는 각성제 ‘애더랄’이다. 기말고사를 치르고 있는 시먼스 군은 “이제 새벽까지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적이 상위권인 시먼스 군은 아이비리그 명문 브라운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미국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스터디 드러그’로 불리는 각성제가 급속하게 번져가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성적에 대한 압박을 많이 받는 부자동네 학생들이 주요 사용자로 한 알에 최고 20달러(약 2만3000원)까지 할 정도로 비싼데도 모조품이 판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1, 2년 사이 ‘공부 잘하는 약’으로 불리는 각성제가 서울 일부 지역 수험생들 사이에 팔리고 있어 보건 당국이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애더랄, 비반스, 콘서타, 포칼린, 리탈린 등이 미국 학생들이 많이 찾는 스터디 드러그다. 원래 이 약품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아동을 위한 것인데 정신 집중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반 학생들이 찾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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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약품이 위험한 것은 암페타민, 메칠페니데이트 같은 마약 성분이 포함돼 있어 중독성이 크기 때문. 마약단속국(DEA)의 의약품 중독 분류 단계에 따르면 스터디 드러그는 코카인, 모르핀과 같은 ‘클래스2’ 수준의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 미국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우울증 치료제 발륨이 ‘클래스4’인 것에 비해 중독성이 훨씬 높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