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싱가포르 ‘벤처 허브’ 전략
전 세계 11개국에서 모인 직원들이 일하는 ‘비키’ 사무실 모습. 이 회사는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정보기술(IT) 인프라가 잘 갖춰진 싱가포르를 창업지로 선택했다. 비키 제공
○ 아시아 지사 유치에서 벤처 허브 전략으로
음성 기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버블리’를 개발한 버블모션도 2007년 말 투자자의 요구에 따라 미국 실리콘밸리에 터전을 잡았다가 창업 직후 미국발 금융위기를 맞았다. 전체 직원의 40%는 실리콘밸리에, 30%는 싱가포르에, 나머지는 인도 등 아시아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던 이 회사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세계 여러 도시 중 단 한 곳을 선택해야 했다. 버블모션이 선택한 곳은 싱가포르였다. 이 회사의 토머스 클레이턴 최고경영자(CEO)는 “본사를 이전하면서 문자 그대로 ‘전 세계에서’ 직원을 싱가포르로 데려와야 했는데 그 과정이 전혀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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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전략 수정은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규모가 작은 벤처기업도 적극 유치해 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이렇게 유치한 벤처기업들이 이들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글로벌 대기업을 다시 끌어들이는 선(善)순환을 이끌어 내고 있다. 작지만 유망한 벤처기업과 자본, 정보기술(IT) 인프라, 정부 지원이 어우러진 벤처 생태계를 구축하는 전략이다.
싱가포르는 체계적으로 벤처를 유치하고 사업을 돕기 위해 2008년 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 격인 IDA 산하에 인포콤(Infocomm)이라는 벤처창업 지원기관을 세웠다. 인포콤은 20억 달러(약 2조3400억 원)의 예산을 가지고 유망한 벤처기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유명 글로벌 벤처캐피털과 연계해 사업자금을 지원한다.
인포콤 관계자는 “싱가포르는 자원이 부족하고 인구가 적기 때문에 끊임없이 성장 가능성이 높은 우수한 자원과 인력, 자본을 유치해야 국가경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해외에서 유치한 벤처를 지원하면서 그 회사들로부터 새로운 최신 정보를 듣고 기술을 배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비키의 라즈믹 호바히미안 CEO는 “자금이 부족한 벤처기업들한테 싱가포르 정부의 투자와 임금 지원 정책이 가장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최초 창업 이후 2년간 직원 임금의 20%를 정부가 지원해 준다. 싱가포르 사람을 채용하면 지원금은 50%까지 올라간다. 투자금은 싱가포르를 방문한 글로벌 벤처캐피털로부터 지원받는다. 네트워크가 없어도 정부에서 이들과 연결해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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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