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루 기상악화로 수색 난항 남부 눈덮인 고산 밀림지대 GPS 신호로 좌표 확인… 사고 헬기는 37년 된 구형
주페루 한국대사관의 김완중 공사는 7일 “페루 공군이 실종 헬기에 장착됐을 것으로 보이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장치가 보내는 신호의 좌표를 찾아냈다”며 “위치는 실종 헬기의 출발지인 마수코와 도착지인 쿠스코 사이”라고 밝혔다. 김 공사는 “7일 오전 11시경 신호를 추적하기 시작해 실종된 지 약 23시간 만인 오후 4시경 정확한 좌표를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페루 공군이 잡아낸 GPS 신호의 좌표는 ‘와야와야’로 불리는 지역으로 남부 잉카유적지인 쿠스코에서 60km가량 떨어져 있고 고도가 4725m에 달하는 고산 밀림지대다. 현지 경찰은 7일 오후 2시 50분경 헬기를 띄워 이 일대를 수색했지만 실종 추정 지역에 구름이 잔뜩 낀 데다 진눈깨비마저 내려 수색을 시작한 지 몇 시간 만에 헬기를 철수시켰다. 육상에서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는 경찰들도 30cm 이상 눈이 쌓여 있어 현장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지 기상이 8일 오전(한국 시간 8일 저녁)부터 좋아져 집중적인 수색이 재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헬기는 14, 15명이 탑승할 수 있는 일명 ‘시코르스키’로 불리는 ‘S-58ET’ 기종으로 1975년에 제작돼 37년이나 운행된 노후 헬기로 확인됐다. 1990년 엔진을 새것으로 교체한 전력이 있지만 그동안 사고 이력은 없다. 실종 헬기를 운용해 온 ‘헬리쿠스코’사는 1990년대 설립된 소규모 헬기 관광업체로 남부 쿠스코 등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이 헬기가 사고가 난 적은 없었던 점으로 미루어 기체 결함보다는 기상악화로 추락 또는 불시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