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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태백산맥의 그 여관이 문화공간으로

입력 | 2012-06-08 03:00:00

■ 조정래 작가, 77년만에 복원된 ‘보성여관’ 개관식에




소설가 조정래 씨가 7일 복원공사를 마치고 문화공간으로 개관한 전남 보성군 벌교읍의 보성여관을 둘러보고 있다. 이곳은 조 작가의 소설 ‘태백산맥’에서 여순반란군 토벌대의 숙소인 남도여관으로 등장했다. 보성=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보성여관은 일제강점기에 가장 번화한 곳에 있던 5성급 호텔 같은 곳이었어요. 다 쓰러져가던 건물을 복원해 놓으니 많은 사람이 역사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장소가 될 것 같습니다.”

7일 오후 2시 전남 보성군 벌교읍 벌교리 벌교초등학교 앞에 보성여관이 새로 문을 열었다. 조정래 작가(69)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에서 ‘남도여관’으로 나오는 곳이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이사장 김종규) 주최로 이날 열린 보성여관 개관식에 참여한 조 작가는 “이런 다다미방에서 토벌대원들이 잠을 잤을 것이다” “문을 떼어내고 방을 연결해 사용했을 법도 하다”며 다시금 소설 속에 빠진 듯 여관의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옛 보성여관은 1935년에 지어진 일본식 2층 목조건물이다. 소설 속 남도여관은 여순반란군의 토벌대장인 임만수와 그 대원들이 숙소로 썼다. 조 작가가 벌교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도 이곳은 여관이었다. 20여 년 전부터 살림집과 상가로 쓰였으며, 2004년 건축사적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132호)가 됐다. 민간 기금으로 문화유산을 보존 관리하는 법인인 문화유산국민신탁이 2008년부터 관리를 맡아왔고 2009년 12월 문화재청과 보성군의 재원을 사용해 여관 건물로 복원하기 시작했다.

1층에는 벌교와 건물의 역사를 소개하는 전시장과 카페, 소극장이 들어섰다. 2층 다다미방은 세미나와 발표장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1층 안쪽의 한옥 부분에 있는 온돌방 7개는 숙박시설로 쓰인다. 손님은 7, 8월경부터 받을 예정이다.

조 작가는 “태백산맥의 무대 가운데 정식으로 복원된 것은 보성여관이 처음”이라며 “염상구가 소속됐던 청년단 건물은 상태도 좋았는데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며 아쉬워했다.

이날 개관식에는 영화 ‘태백산맥’을 만든 임권택 감독, 벌교읍에 있는 태백산맥 문학관을 설계한 건축가 김원 씨, 태백산맥 문학관 안의 대형 벽화를 그린 이종상 화가도 참석했다. 임 감독은 “1994년 태백산맥을 찍을 때 찾은 보성여관은 쇠락했다고 표현하기도 민망한, 거의 썩어가고 있는 상태여서 영화에 담지 못했다”며 “이렇게 옛것을 복원하고 복원된 건물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것을 보니 우리도 여유가 생긴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벌교엔 보성여관을 비롯해 민족주의자 김범우의 집, 무당 소화의 집, 좌우익이 번갈아 처단됐던 소화다리 등이 소설 ‘태백산맥’을 재현하고 있어 훌륭한 문학기행지로 손색이 없다. 주민들도 ‘태백산맥 막걸리’ 등을 판매해 소설 덕을 보고 있다.

조 작가는 “조선총독부 건물을 헐어낸 것은 일본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식 건물이지만 역사를 기억할 수 있도록 보성여관이 복원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단순한 소설 속 무대가 아닌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보성=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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