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트홀 ‘코리안 피아노 디바’ 독주회문용희-이혜전 교수 ‘건반 위의 20년 우정’
4일 서울 중구 정동에서 만난 이혜전(왼쪽) 문용희 교수. 인터뷰를 마친 뒤에도 “연주회를 앞두고 있으니 스태미나 식으로 점심식사를 할 것”이라면서 함께 길을 나섰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번이 문 교수는 9년, 이 교수는 3년 만에 갖는 독주 무대다. 문 교수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악기가 피아노다. 쉴 새 없이 열 손가락을 써야 한다. 무대에서 벌거벗은 기분이 든다”고 했다. 이 교수는 “중간 성부에서 멜로디가 나올 때는 손이 몇 개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웃었다.
“지난해 이대욱 선생님과 저녁식사를 했는데 선생님이 지휘하는 연주회를 일주일 앞뒀을 때였어요. ‘선생님, 피아노 독주회라면 이렇게 식사 약속 하실 수 있어요?’라고 여쭈니 단번에 ‘못하지’ 하시더라고요.(웃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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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숙 씨는 “강충모라면 좋다.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당장 빼앗았을 거다”라며 반색했다. 강 교수를 남동생처럼 여기던 문 교수도 이 소식을 누구보다 반겼다. 문 교수는 “나와 이 교수는 시누이 올케 사이라고 농담 삼아 얘기하곤 한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부부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두 사람만큼 끈끈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 이들은 ‘학기말 부부’로 지낸다는 공통점도 지녔다. 이 교수는 남편이 지난해 9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줄리아드음악원으로 옮긴 뒤 각각 서울과 뉴욕에서 지낸다. 문 교수 부부도 각각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와 서울에서 산 지 올해로 11년. 그래도 남편과 듀오 콘서트를 꾸준히 열고 있다는 점도 닮았다.
“남편만큼 편한 듀오 파트너가 없지. 미국에서 다른 사람과 한 피아노에 나란히 앉아서 연주하는데 페달 밟는 게 잘 안 맞아서 남편 생각이 간절하더라.”(문)
“한번은 어려운 곡을 같이하는데 너무 힘들어서 ‘이 곡, 내가 망쳐도 사랑할 거지?’라고 물어봤어요. ‘당연하지’라고 하더라고요. 남편은 정답을 아는 사람이죠. 그래도 서로의 연주소리가 더 크다며 싸워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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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분모가 많은 두 사람이지만 피아니스트로는 사뭇 다른 색깔을 지녔다. 이번 리사이틀도 이 교수는 리스트의 가곡 편곡 작품과 브람스 소나타를, 문 교수는 모차르트와 베토벤, 슈베르트의 후기 소나타를 골랐다. 이 교수는 “낭만주의의 다채로움을 보여주려 한다”고 했다. 문 교수는 “현실에 순응하면서 그 다음의 인생을 바라보는 듯한 곡들로 마음의 여유를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후 8시. 2만∼3만 원, 청소년 8000원. 02-6303-1977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