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두승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사망 분류에 있어 자해사망을 자살이라고만 규정하는 ‘결과 중심’의 분류에서 자살의 원인을 규명하여 심사하는 ‘원인 중심’의 분류가 이루어지도록 한 것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자해사망자도 원인에 따라 순직으로 분류될 수 있는 길이 열림으로써 그동안 자살자로 낙인 찍혀 세상의 냉대와 싸워왔던 유가족의 억울한 마음이 일부라도 보상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여전히 이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존재하고 있다. 자살을 한 장병의 유가족 처지에서 보면 징병제하에서 아들을 군에 보낸 부모들은 아이들이 군에서 자살할 경우 국가가 당연히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 일각에서는 선별적이긴 하지만 자해사망자를 순직 처리하는 것은 자살을 방조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또한 순직의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자해사망이 아닌 군 임무 수행 중 사망한 장병들의 명예를 희석시킬 수 있다는 견해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간 각 군에서는 사망 원인이 명백한 경우 보고를 근거로 별도의 심사 없이 참모총장이 순직 여부를 결정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전사 및 순직이 명백할 경우를 제외하고 반드시 심사를 통해서만 사망 구분을 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재심사 시에는 군인뿐만 아니라 민간위원 참여가 의무화됐다. 국방부도 각 군의 재심사를 통해 ‘순직’으로 재분류되는 군인들에 대해 국립묘지 안장 및 유족 보상 처리 등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개편안 이후의 후속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먼저 군에서는 자해사망자의 정확한 사망 원인 규명을 위한 자해사망 전 개인의 이력을 추적하는 ‘심리부검제도’를 도입하는 등 정확한 원인 규명을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민권익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국방부 조사본부 등이 사망사고에 대해 재조사할 경우 상호 협력을 통해 조사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고 중복 조사로 인한 행정력 낭비를 방지해야 한다. 심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계 전문가들을 심사위원회에 참여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인 만큼 이들이 얼마나 소명감을 갖고 심사에 임하느냐 하는 것이 심사의 신뢰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아울러 예기치 않은 혈육의 죽음으로 많은 고통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자해사망자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이들에게 실질적인 정신적, 물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들을 관련 부서와 협의해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군내 자해사망자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은 이제부터다.
홍두승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