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3구 빌딩
유로존 위기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주택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지는 ‘더블 악재’ 속에서 강남 부자들이 뭉칫돈을 싸들고 몰려가는 곳은 따로 있었다. 금융권 프라이빗뱅커(PB)와 부동산 컨설팅업체, 경매정보업체 전문가들에 따르면 요즘 최고 인기 투자처는 중소형 빌딩이다. 아파트에서 중소형 빌딩으로 갈아타려는 고액자산가의 투자대열에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 세대까지 합세하면서 중소형 빌딩은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 품귀 현상 빚는 중소형 빌딩
빌딩정보업체인 ‘원빌딩부동산중개’에 따르면 50억 원 미만 중소형 빌딩의 매매건수는 2010년 235건에서 지난해 302건으로 늘어났다. 올 들어서도 3월 말까지 68건(잠정치)의 매매가 이뤄지며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다. 등기 완료가 되지 않은 물건까지 더하면 100여 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소형 빌딩에 관심을 갖는 자산가들은 특히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를 선호했다. 지난해 거래된 빌딩 635건 가운데 절반이 넘는 354건이 강남 3구에 위치했다. 허혁재 미래에셋증권 WM컨설팅팀 차장은 “부자들의 투자목록에서 아파트가 제외되고, 10억 원대 상가나 30억∼50억 원대 중소형 빌딩으로 갈아타려는 문의가 늘고 있다”며 “부자의 기준이 ‘강남 3구 아파트’에서 ‘강남 3구 빌딩’ 보유로 바뀌는 셈”이라고 말했다.
○ 시세 차익보다는 임대수익 선호
아파트나 토지 등으로 부를 축적해온 한국 부자들이 최근 중소형 빌딩 투자로 돌아선 것은 금융위기와 주택경기 침체를 겪으며 부동산 투자기준이 ‘시세차익’에서 ‘임대수익’으로 바뀌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안명숙 우리은행 PB영업전략부 팀장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주택시장 침체와 유럽발 재정위기가 더해지면서 자산가들이 마땅히 투자할 만한 상품이 없어졌다”며 “은퇴 이후를 준비하려는 베이비붐 세대까지 몰리면서 현재 빌딩매매 시장은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들이 선호하는 빌딩도 시세 상승이나 대지 지분이 많은 곳을 노리는 과거와는 달리 임대수익이 탄탄한 곳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강남역, 가로수길, 압구정 로데오를 비롯해 홍익대, 이화여대 앞, 명동 등이 대표적인 지역이다.
기대수익률도 은행 금리의 1.5배 정도인 6% 정도로 높지 않게 책정한다. 인기 지역인 강남3구는 수익률 5%를 밑도는 곳이 75%에 이르는데도 물건이 없어서 못 판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현재 수익률이 낮더라도 상가 권리금·임대료는 지속적인 상승 추세에 있고, 고가 임차료를 낼 수 있는 프랜차이즈 업체도 증가 추세여서 손해 볼 것이 없다는 판단인 것 같다”고 전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