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위트로 어두운 현실 고발… 만화잡지도 나와
두 작품에서 보듯 현실을 고발하거나 사회성 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다큐멘터리 만화’가 2010년을 기점으로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대재앙’이라는 뜻의 ‘메즈 예게른’(파울로 코시·미메시스)은 1915∼1916년 터키의 아르메니아인 대학살을 다룬 다큐 만화다. ‘우국의 라스푸틴 1, 2’(이토 준지·시공사)는 일본 외교관 ‘라스푸틴’을 통해 러시아 정권의 실체를 파헤쳤고, ‘68년, 5월 혁명’(아르노 뷔노·휴머니스트)은 1968년 프랑스에서 일어난 학생운동을 한 세대가 지난 오늘의 시각에서 바라본다. 용산참사 이후의 삶을 그린 ‘떠날 수 없는 사람들’(김홍모 등·보리), 삼성 반도체공장 백혈병 사망 노동자를 다룬 ‘사람 냄새’(김수박·보리) 등 국내 작가들의 다큐 만화는 사회 현안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다.
국내 작가들이 참여하는 다큐 만화 전문지도 나왔다. 출판사 휴머니스트는 지난해 12월 다큐 만화 잡지를 표방한 ‘사람 사는 이야기’ 창간호를 펴냈으며 이달 7일 2호가 출간됐다. 이에 앞서 출판사 길찾기는 지난해 1월 ‘만화를 통해 사회를 본다’는 취지로 격월간 만화잡지 ‘싱크(SYNC)’를 창간했다. 다음 달 9호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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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고 어두운 현실을 만화 특유의 위트와 구성으로 그려내는 젊은 작가군이 형성된 것도 주요 이유 중 하나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창작과 교수(만화평론가)는 “만화라고 하면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픽션을 떠올리지만, 글과 이미지를 함께 보여주는 만화는 현실을 고발하고 사회를 비판하는 메시지도 잘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큐 만화는 마니아 독자층을 중심으로 많게는 3000부가량 팔리고 있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펴낸 위원석 휴머니스트 교양만화 주간은 “다큐 만화는 기존의 만화 독자 외 인문이나 역사,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은 이들까지 독자로 확보할 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smil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