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강사 이모 씨(35·여)는 이달 초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당했다. 경찰이라며 전화를 건 사람은 “금융감독원 사이트에 접속해서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보안카드 번호를 입력하라”고 했다. 이 씨는 당황했지만 순순히 따랐다. 몇 시간 뒤 이 씨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신용카드 2개에서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으로 1400만 원, 예금계좌에서도 1871만 원이 인출됐기 때문이다. 금감원 사이트라고 알려준 인터넷 주소가 보이스피싱 사이트였다. 이 씨는 곧바로 은행과 카드사에 전화를 걸었지만 본인에게 책임이 있다는 말만 들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부터 본인 인증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받도록 강화했고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 컴퓨터 단말기를 3대로 제한하고 있다. 17일부터는 카드론 신청 금액이 300만 원 이상이면 2시간 뒤 입금하는 지연입금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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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최근 카드사들은 보이스피싱 대책을 자체적으로 마련하는 데도 적극 나서고 있다. 신한카드도 여성과 56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을 보상해주는 ‘신용안심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매월 청구서 작성 시점 채무액의 0.510%(여성), 0.588%(노인)를 수수료로 내면 최대 300만 원까지 보상한다.
삼성카드도 카드론뿐만 아니라 현금서비스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본인 인증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수료율 인하로 부가서비스와 혜택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이스피싱까지 늘어나면 이탈하는 고객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최소한의 방패막이라도 마련해 고객들의 마음을 돌리자는 공감대가 카드업계에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