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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버핏의 신문 사랑

입력 | 2012-05-26 03:00:00


앨빈 토플러와 함께 미래학의 태두로 꼽히는 존 나이스비트는 미래를 정확하게 내다본 ‘메가 트렌드’의 저자다. 메가 트렌드는 미국에서만 1000만 부가 넘게 판매됐다. 세계를 돌며 강연활동을 하는 그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어떻게 미래를 예측합니까”다. 항상 준비된 대답은 “미래를 덮고 있는 커튼을 걷어내는 데 가장 커다란 원천은 신문”이라는 것이다.

▷미국 유타 주 모르몬교 가정에서 태어난 나이스비트는 어느 날 시카고 시내의 가판대에 놓여 있는 신문들의 헤드라인을 따라 읽다가 무릎을 쳤다. “매일 이들 지역신문을 모두 읽는다면 현재 이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두 알겠구나!” 미국의 일을 알 수 있으면 세계의 일도 파악하게 되고, 현재를 알면 미래도 내다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는 IBM을 바로 때려치우고 퇴직금으로 ‘어번리서치’사를 차렸다. 그 회사는 160개에 이르는 일간지를 읽고 의견을 정리한 후 보고서를 만들어 최고경영자(CEO)들에게 판매했다. 신문이라는 ‘현재’를 통해 ‘미래’를 알아내는 비즈니스였다.

▷인터넷 등 뉴미디어의 확산과 영상매체에 익숙한 젊은 독자층이 신문에서 빠르게 이탈하면서 ‘신문의 위기론’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일본도 마찬가지지만 정보기술(IT)의 첨단을 달리는 한국이 유독 정도가 심하다. 지난해 국내 인터넷뉴스 구독률은 77.9%로 종이신문 구독률(67.8%)을 추월했다. 예전에는 “화장실이 있는 한 신문은 영원할 것”이라고 했지만 지금은 변기에 앉아서도 태블릿PC를 두드리는 시대다.

▷포브스지가 세계 억만장자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인생에서 첫 번째 직업이 신문배달원인 경우가 가장 많았다. 세계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도 어린 시절 신문배달을 했다. 5일 버핏이 운영하는 회사인 버크셔해서웨이의 연례 주주총회에서는 부대행사로 신문 던지기 이벤트가 열렸다. 10대 때 50만 부의 신문을 배달하며 기술을 터득했다는 버핏이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을 제치고 우승했다. 그는 최근 신문이 사양 산업이라는 얘기를 듣고서도 63개의 지역신문을 거느린 미디어 제너럴을 사들였다. “신문은 정보의 보고”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똑똑한 신문은 거뜬히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을 것이란 예측이 유력하다.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은 여전히 신문을 사랑한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