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영광의 복서-8> 챔피언 되는 방법 아는 복서
“한국 챔피언, 동양 챔피언, WBA 챔피언, WBC 챔피언...챔피언이란 챔피언은 다해봤죠. 챔피언 되려면 실력도 실력이지만 운이 따라야됩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저는 운이 좋았죠”
전 WBC,WBA 플라이급 챔피언 김용강의 말이다. 그는 시기가 잘 맞았고, 프로모터를 잘 만났기 때문에 챔피언이 될 수 있었노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그러나 80~90년대 강자들이 난립했던 플라이급에서 메이저 양대 기구 챔피언 타이틀을 모두 접수했다는 것은 운만 가지고는 될 일이 아니다. 김용강의 겸손함 뒤에는 자부심과 승부욕이 숨겨져 있었다.
유망했던 아마시절, 김광선의 빛에 가려...
서울 고명상고 1학년 때 복싱에 입문한 김용강은 그 해 서울 신인선수권을 우승하며 범상치 않은 재능을 과시했다. 모든 아마추어 체육인들이 그렇듯 김용강도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나 그의 체급에는 김광선이라는 높은 벽이 있었다. 김용강은 1984년 LA올림픽 출전선수 선발전 결승에서 김광선에게 패했다. 실력에서도 지명도에서도 모두 패배였다. 이 대회의 준우승자가 나가기로 되어있었던 인도네시아 대통령배 대회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출전권이 다른 선수에게 넘어갔다. 아마추어 무대에서 꿈을 펼칠 수 없었던 김용강은 88체육관으로 소속을 옮기고 프로무대에 데뷔했다.
올림픽 설움 떨친 챔피언 벨트
프로무대에 입성한 김용강은 거칠 것이 없었다. 16연승을 달리며 한국 챔피언과 동양챔피언을 차례로 접수한 그는 17전째에 WBC 챔피언에 도전한다. 상대는 태국의 복싱영웅 소트 치탈라다였다.
“한국 권투계에서는 김용강이 100% 질 것이라고 했죠. 기대를 하나도 안했었죠. 이긴다는 사람은 저 자신과 이영래 트레이너, 심영자 프로모터. 이렇게 세 사람밖에 없었어요”
사람들이 이길 수 없는 시합이라고 말할 때마다 김용강은 독이 올랐다. 뭔가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으로 더욱 훈련에 매진했다. 그 결과 김용강은 세간의 예상을 깨고 치탈라다를 시종 압도한 끝에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따낸다. 서울 올림픽을 한 달여 앞두고 얻은 소중한 챔피언 벨트였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습니다. 올림픽 출전 못한 설움이 한 번에 씻겨 내려갔죠”
김용강은 3차 방어전에서 치탈라다와 다시 마주쳤다. 이미 한 번 꺾은 적이 있는 만큼 다시 한번 더 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김용강은 원정 텃세에 맞서 선전했지만 10회 불의의 부상을 당하며 아쉽게 판정패했다. 그 해 라이벌 이열우와의 대결에서도 패배한 김용강은 한 체급을 올려 WBA 주니어밴텀급 챔피언 카오사이 갤럭시에게 도전했다. 무에타이 룸피니 챔피언 출신으로 복싱무대까지 석권한 갤럭시는 그 체급 당대 최고의 선수였다. 한 체급 위 챔피언의 주먹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거기다 원정 텃세까지 더해 라운드를 더할 수록 힘이 부쳤다. 결국 기회를 봐 그냥 주저 앉아버렸다. 다시 체급을 내려 도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한번 오른 세계 정상
“당시만 해도 세계 타이틀 매치 기회 잡기가 쉽지 않았어요. 잘하는 데도 세계 타이틀매치 한번 못 해보고 은퇴하는 선수도 많았고요. 그런면에서 보면 전 운이 좋았죠”
1991년 6월. 부진의 늪에 빠져있던 김용강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왔다. WBA 플라이급 챔피언 엘비스 알바레스와 맞붙게 된 것. 김용강은 초반부터 상대를 압도했다. 같은 아웃복서였지만 김용강은 상대보다 한 발 빨랐고, 리치도 길었다. 승부가 기울고 있다고 생각한 순간 김용강은 관자놀이를 강타당하며 다운됐다.
“본능적으로 일어나긴 했는데 충격이 안가셔서 링이 움직이더라구요. 마침 운이 좋았던 게 7라운드 끝나기 20초전이었어요. 그래서 카운트를 세고 싸우려니 종이 치더라구요. 그래서 코너로 가서 1분 쉬니까 회복이 됐어요. 운동을 많이 하면 맞아도 회복이 잘 돼요. 그 땐 제가 생각해도 운동 열심히 했었어요”
김용강은 알바레스를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으로 꺾고 WBA 플라이급 챔피언에 올랐다. 한 체급에서 메이저 양대기구 타이틀을 모두 석권한 영광의 순간이었다.
챔피언 제자 만드는 게 꿈
김용강은 현재 서울 광진구에서 복싱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곳에서 챔피언을 길러내는 게 그의 목표다. 관원중에는 될 성 부른 나무도 있다. 그러나 챔피언의 시선에서는 늘 아쉽다.
“다 성에 안 차죠. 그래서 회원들이 ‘관장님은 칭찬에 인색하다’고 얘기해요. 그래도 마음에 안 들기 때문에 칭찬 할 수가 없어요.”
복싱이 자신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김용강. 그는 챔피언 양성이라는 복싱인생의 마지막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챔피언 벨트가 돌고 돌잖아요. 하나밖에 없으니까. 그거를 따는 거죠. 기회를 한 번 잡는 것도 정말 어려운 일이거든요. 열심히 운동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겨야죠.”
백완종 동아닷컴 기자 100p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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