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치부 기자
방귀남의 극진한 아내 사랑이 드라마의 성공 비결은 아니다. 방귀남의 입양 비밀을 조금씩 드러내며 긴장감을 주면서도 고부갈등, 부부관계 등 소소한 일상사를 유쾌하게 풀어낸다. 톡톡 튀는 대사와 깜짝 카메오는 이 드라마의 ‘깨알 같은 재미’다.
또 다른 화제의 당, 통진당은 어떤가. 넝쿨당과는 전혀 다른 흥행 요소를 갖고 있다. 비례대표 부정경선 의혹에서 출발한 통진당의 내분은 집단 활극을 통해 단박에 블록버스터가 됐다. “어느 나라도 100% 완벽한 선거는 없다”는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자의 궤변과 출당을 피하려고 당적을 옮긴 꼼수는 억지웃음을 짜내는 ‘B급 영화’식 코미디다. 이 당선자를 중심으로 한 통진당의 옛 당권파가 북한과 어떻게 연계돼 있을지에 생각이 미치면 호러 무비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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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반사이익은 허상이다. 요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몸소 보여주고 있다. ‘나의 가치, 나의 비전’ 없이 정치권에 대한 혐오로 덩치를 키운 안 원장의 인기가 내리막을 걷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럼 새누리당은 어떻게 관객을 끌 것인가. 재미있는 경선보다 더 나은 해법은 없다. 새누리당의 당 대표 경선은 흥행에 참패했다. 뻔한 결과 때문이다. 반면 민주통합당의 당 대표 경선은 흥미를 더한다. 매번 순위가 뒤바뀌는 ‘나는 가수다’식이어서 눈을 떼기 어렵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경선이 꼭 재미있을 필요가 있느냐. 경선은 조용히 치르고 빨리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득표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전형적인 정치권 레토릭이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지금까지 모든 역사에서 항상 비주류가 승리했다”고 단언한다. 국민이 원하는 게 바로 예측불허의 드라마라는 얘기다. 새누리당은 거꾸로 가고 있다. 당직자들은 앞다퉈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에 반대한다. 흥행 요소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판에 그나마 ‘깨알 재미’의 싹마저 자르고 있다.
2010년 정 의원이 당 대표 경선에 나섰을 때 황 대표는 정 의원을 도왔다. 지난해 황 대표가 원내대표 선거에 도전했을 땐 정 의원이 소매를 걷었다. 그만큼 두 사람은 가깝지만 현재의 상황 인식은 딴판이다. 아마도 잃을 게 별로 없는 정 의원과 이제 많은 것을 얻은 황 대표의 처지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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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치부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