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을 느끼며 마음껏 달렸다… 골프의 품격이 마음에 꽂혔다
《누구나 같은 하늘을 짊어지고 산다. 문제는 둘 중 하나다. 일상을 보내며 잠시 하늘을 바라 볼 여유마저 허락되지 않거나. 아니면 언제든지 지붕을 열어젖힐 수 있는 컨버터블(지붕개폐형)을 소유하고 있지 않거나. 폴크스바겐이 오랜 시간 독일인들에게 사랑 받아온 이유 중 하나는 ‘민중의 자동차(people’s car)’라는 브랜드명을 줄곧 형태를 가진 실체로 완성시켜왔기 때문이다. 유럽의 승용차 대중화를 이끈 것은 물론, 첨단장치를 고급 세단에만 국한하지 않고 대량생산 모델에도 꾸준히 적용해 왔다.》
‘카브리올레(Cabriolet)’는 프랑스어로 지붕을 여닫을 수 있는 자동차를 뜻한다. ‘골프’는 1974년 최초 모델이 출시된 후 전 세계에서 2600만 대 이상이 팔린 해치백(뒷좌석과 트렁크가 합쳐진 형태)의 베스트셀러다. 골프 카브리올레는 1979년부터 2002년까지 68만 대가 팔렸다.
잠시 정차 중이거나 서행할 때 마음껏 지붕을 열 수 있다는 점은 이 차의 가장 큰 매력이다. 소프트톱 방식은 철제 지붕을 열고 닫는 방식(하드톱)에 비해 개폐 속도가 빠르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골프 카브리올레는 지붕을 여닫는 데 9.5초가 걸리며 시속 30km 이하라면 주행 중에도 개폐할 수 있다. 하드톱은 보통 20여 초가 걸린다.
골프 카브리올레는 흡·차음재를 적용해 소프트톱 치고는 상당한 정숙성을 확보했다. 지붕을 열고 달릴 때에도 시속 100km 안팎에서는 동승자와 무리 없이 대화가 가능했다. 충돌로 인해 전복이 예상될 때는 0.25초 내에 작동해 탑승자를 보호하는 전복방지시스템을 달았다.
동력 성능은 기존 일반형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미 폴크스바겐그룹의 다양한 차종에 적용되며 인정받은 2L급 터보디젤 직분사(TDI)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물렸다. 최고 출력 140마력, 최고 속도는 시속 205km다. 시원한 가속능력과 L당 16.7km의 높은 공인연비효율(연비)도 여전하다. 하체가 탄탄해 지붕을 열고 주행할 때도 가파른 코너링을 안정적으로 공략할 수 있었다.
컨버터블의 개발이 간단하지 않은 이유는 단순히 ‘지붕만 잘라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같은 차체를 기반으로 개발하더라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차체의 철골구조 자체를 완전히 개선해야 하고 소음이나 안전성 강화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한국 자동차업체가 아직까지 컨버터블의 독자 개발에 성공한 적이 없다는 사실도 이를 증명한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