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원 시인 재홍콩 한국학 학자
지금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많은 문제는 유교식 전통에서 다져진 강한 단체의식과 자본주의식 경쟁체제와의 불편한 공존에서 비롯된다. “남이 하면 나도 해야 한다”고 믿는 한국인을 지나친 경쟁으로 몰아세우면 경쟁은 심화될 뿐이다. 단체의식과 일체감이 강한 사회는 구성원 간 경쟁이 별로 심하지 않을 때만 남을 배려하는 이타적인 사회가 될 수 있다. 반대로 구성원 간 경쟁이 심해지면 집단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게 되고, 결국 개인주의 사회보다 훨씬 더 이기적이 될 수 있다. 한국인의 강한 단체의식과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무한경쟁에서 비롯되는 부작용도 적지 않다.
내가 홍콩에 살면서 놀라웠던 사실 가운데 하나는 홍콩의 자살률이 한국보다 낮다는 것이다. 홍콩은 한국보다 사회보장제도가 엉망이고 빈부 격차가 심각한 완전 시장경쟁체제 사회다. 그런데도 훨씬 더 많은 한국의 젊은이가 자신의 삶을 포기한다. 이는 역동적이라고 자부하는 한국문화 이면에 뭔가가 잘못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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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자신만의 헛된 꿈, 즉 ‘허영심’을 좀 더 가져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모두가 똑같은 목표로 인생을 살 필요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사회가 좀 더 다양해지고, 불필요한 경쟁도 조금은 완화되고, 좀 더 매력적인 문화를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역사를 돌이켜보면 어느 사회나 그 당시의 허영심이 없었다면 우리가 지금 매력적이라고 부를 만한 문화는 결코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김혜원 시인 재홍콩 한국학 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