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찾아낸 진태하 교수 “문자학 조예 깊었던 분… 복원과정에 문제있는 듯”
새로 발견된 임태영의 친필 편지. 고려 말부터 조선 말까지의 친필 시와 서간을 모아 놓은 ‘근묵(槿墨)’에도 실리지 않은 간찰이다. 서영수 전문기자 kuki@donga.com
재작년 광화문 복원 때 갈라진 ‘光化門’ 현판의 글씨는 1916년에 찍은 사진을 디지털로 복원한 것이었다. 디지털 복원 노력에도 불구하고 글씨의 상태가 좋지 않아 균열 사고 이후 ‘현판 글씨의 격(格)’을 둘러싼 논란까지 빚어졌고 정조대왕이나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집자(集字)해서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다시 등장했다. 여기에 ‘한자 현판이냐 한글 현판이냐’라는 논외의 공방까지 가세한 실정이다.
임태영의 글씨를 처음으로 발견한 진태하 전국한자교육추진연합회 이사장(인제대 석좌교수)은 “현판 글씨가 좋지 않다는 건 디지털 복원의 문제이지, 임태영의 친필을 직접 보니 바로 앞 시대를 살았던 다산 정약용에 못지않은 명필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진 이사장은 “글씨뿐 아니라 편지 첫머리에 나오는 모(莫) 자 같은 글자를 보면 임태영이 자학(字學·한자 문자학)에도 조예가 깊었음을 알 수 있다”며 “글씨의 격을 둘러싼 시비는 이제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흔히 ‘없을 막’ 자로 사용하는 ‘莫’을 임태영은 ‘저물 모’의 뜻으로 쓰고 있는데, 그건 그가 고어(古語)에도 능통하다는 의미라고 진 이사장은 설명했다.
진 이사장은 또 편지 글씨 속에 나오는 ‘闖(틈)’을 예로 들며 “디지털로 복원한 현판의 ‘門’ 자와 삐침이 많이 다르다”며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면 임태영의 현판을 복원할 때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혁 기자 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