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영업규제 한 달… 손익 따져보니
대형마트의 매출 감소는 영세 납품업자, 특히 상품 출하시기 조절이 어려운 농민에게 큰 손실을 주고 있다. 반면 대형마트 영업규제의 수혜자로 예상됐던 전통시장은 별다른 이익이 없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 납품 농민이 가장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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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파의 경우 특품 1kg 기준으로 마트 휴무 직전인 12일에는 도매가격이 2196원이었지만 13일에는 가격이 1503원으로 30% 이상 떨어졌다. 상추적포기도 상품 4kg 기준으로 주말 새 가격이 13.6% 하락했다. 가락시장을 방문한 야채 도매상 이모 씨는 “가격이 떨어지면 상인 입장에서야 나쁠 것이 없지만 농민들은 얼마나 애가 타겠느냐”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형마트에 채소를 납품하는 농민 중에는 땀 흘려 키운 작물을 폐기하는 이도 적지 않다. 경기 남양주시 진접읍에서 시금치와 열무를 재배하는 윤우영 씨는 대형마트 휴무일 직전인 11일 비닐하우스 3동 분량의 시금치를 갈아엎었다. 이는 시금치 6000단 분량으로 가격으로는 600만 원어치다. 윤 씨는 앞으로 재배물량을 줄여 나갈 계획이다.
경북 청도 한재미나리영농법인도 재배물량을 줄이기로 했다. 지역 농가 130가구가 대형마트와의 재배계약을 통해 연간 100억 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이곳은 고급 브랜드로 애써 키운 ‘한재미나리’의 이미지를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 수입 감소를 무릅쓰고 이같이 결정했다. 영농법인 박이준 대표는 “대형마트 휴무로 수확하지 못한 2.4t 분량은 일단 폐기하고, 앞으로는 재배물량 자체를 줄일 생각”이라며 “대형마트가 월 2회 문을 닫으면 매년 15억 원 정도 손해를 입게 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 전통시장 “수치 개선됐지만 체감은 못해”
소상공인진흥원과 시장경영진흥원은 대형마트와 대기업슈퍼마켓(SSM) 주변 중소 소매상 459곳과 전통시장 내 점포 141곳을 조사한 결과 대형마트·SSM 휴무일인 13일 매출이 직전 일요일인 6일에 비해 7.3% 늘었다고 밝혔다. 또 고객 수도 같은 기간 6.9% 증가해 대형마트·SSM 영업규제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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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이마트 미아점에서 버스로 두 정거장 거리에 있는 수유재래시장은 평소와 비교해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성엽 상인회장은 “아직까지는 손님 수에 변동이 없다. 우리 나름으로는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딱히 손님이 늘어난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30년째 이곳에서 장사를 했다는 소효종 씨도 “손님이 많고 적은 건 경기에 달려 있지 대형마트 휴무와는 큰 상관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휴무일 다음날인 14일 오후 서울 가락시장 경매장에 채소상자가 수북하게 쌓여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대형마트 강제 휴무로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했던 다른 유통업체에서도 ‘수요 이전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대형마트가 문을 닫은 지역의 13일 매출이 전주에 비해 1.6% 늘었다. 하지만 이 업체 관계자는 “이는 같은 기간 전국 점포의 평균 매출 상승률 3.2%에 비하면 오히려 절반 수준이어서 대형마트 휴무의 영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픈마켓 옥션도 대형마트가 문을 닫았던 13일과 지난달 22일의 매출이 휴무일이 아니었던 4, 5월 일요일 매출 평균보다 오히려 적었다고 밝혔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