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학중앙연구원, 22일부터 공신교서-책봉과정 기록한 의궤-초상화 등 140여점 특별전시
영조가 무신란을 진압하러 간 신하 오명항에게 직접 써 보낸 격려의 명령서 ‘유사로도순무사수서’. 오명항의 공적을 표창하는 뜻에서 문서의 한가운데에 ‘지확공고(志確功高)’라고 크게 적은 것이 눈에 띈다. 경기도박물관(해주 오씨 해은부원군 종택 대여) 소장.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중종반정에 가담해 중종이 공신으로 책봉한 홍경주를 그린 ‘홍경주 정국공신화상’ 이모본(18세기). 이모본의 밑그림인 초본도 함께 전해져 당시 초상화 연구에 귀한 자료다. 남양 홍씨 도열공 종택 소장.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조선시대 왕이 공신(功臣)에게 내린 임명장, 초상화 등 다양한 공신 관련 자료 140여 점을 모은 전시회가 열린다. 22일부터 7월 15일까지 경기 성남시 분당구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1층 전시실에서 열리는 특별전 ‘조선의 공신’. 조선시대 공신을 주제로 한 전시는 처음이다. 장서각에서 새롭게 발굴·연구한 자료뿐 아니라 공신의 자손들로부터 기증·기탁 받거나 빌려온 자료까지 모았다.
조선왕조는 태조 때부터 영조 때까지 340여 년간 28차례에 걸쳐 총 945명을 공신으로 임명했다. 대개는 정치적 혼란기에 반란, 역모 등 반국가적 행위를 진압하거나 반정에 참여해 새로운 왕을 추대하는 데 공을 세운 신하들을 공신으로 임명했다. 이후 정치적 상황에 따라 삭훈(削勳), 즉 공신이 취소되기도 해 최종 남은 기록상 공신은 705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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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전시품 중 하나가 인조 때 그동안 20차례에 걸쳐 책봉된 공신 및 그 자손들이 모두 모인 회맹제를 기념해 제작한 ‘이십공신회맹축 영국공신녹훈후’(二十功臣會盟軸 寧國功臣錄勳後·보물 1512호)다. 죽은 공신들의 경우 장손이 대신 참석했는데 수백 명에 이르는 참여자 명단을 수록하다 보니 길이만 24m가 넘는다. 삭훈된 공신과 그의 아들 및 손자의 이름은 먹으로 까맣게 지워놓은 부분이 눈에 띈다. 김학수 한중연 장서각 국학자료연구실장은 “회맹제는 왕과 공신들이 모여 의리를 다지고 충성을 맹세하는 단합대회였는데 백마의 피를 다 함께 입가에 묻히는 의식도 치렀다”고 설명했다.
최초로 일반에 전시되는 ‘홍경주 정국공신화상’은 미술사적으로 가치가 높다. 정국공신 홍경주의 초상으로, 18세기 이모본(베껴 그린 그림)과 그 밑그림인 초본이 모두 전해지는 드문 사례여서 이모본의 제작과정을 연구할 수 있는 자료다. 두 그림은 남양 홍씨 도열공 종택의 소장품이다. 전시를 위해 그림을 옮기기 직전 잠시 집을 떠나는 조상에 대한 예절로 자손들이 모여 그림 앞에서 절을 했다고 한다.
‘유성룡 광국공신교서’ ‘이충원 호성공신교서’ 등 당대의 명필 한석봉(한호)이 쓴 글씨도 만날 수 있다. 김 실장은 “공신들의 역사적 자료를 통해 격랑 속에서 부침을 반복했던 조선의 정치사를 꿰뚫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입장료 무료, 일요일 휴무. 031-708-5309
성남=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