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노 김현웅 씨, 8월 美 워싱턴 발레단으로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1년여가 흐른 15일, 김 씨는 발레복을 입고 서울 강남구 논현동 성암아트센터 작은 무대(200석 규모)에 섰다. 스승인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김선희 교수가 제자들을 모아 마련한 무료 공연. 연습 중에 오른 정강이뼈를 다친 그는 5분짜리 소품 ‘아다지오’에서 학교 후배 심현희 씨의 파트너로 느린 춤사위를 펼쳤다. 관객이 130명 정도였던 이날 무대가 그에겐 한국에서 마지막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미국 워싱턴 발레단의 입단 통보를 받은 그가 8월 미국으로 떠나기 때문이다.
그가 ‘다시 생각하기 싫은 악몽’으로 표현한 ‘그 사건’에 대해 물었다. 외부에 알려진 것은 지난해 3월 25일 국립발레단 후배들과의 술자리에서 역시 수석무용수인 이동훈 씨(26)를 때려 전치 4주의 부상을 입혔다는 것. 줄곧 침묵해 왔던 그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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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당시 일부 언론의 보도 내용에 대해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어느 신문의 보도처럼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후배에 대한 견제 이런 건 전혀 아니었어요. 동훈이와는 절친한 선후배 사이였고 경쟁심 같은 것도 없었어요.”
얘기를 들어 보니 평소 사람 좋아하고 술 좋아하는 그가 주도한 술자리였고 혈기왕성한 두 젊은이의 술자리 다툼이 주먹다짐으로 번진 사고로 여겨졌다. 고소는 양측 합의로 풀렸지만 이후 두 사람은 서로 연락하지 않았다. 이 씨는 16일 통화에서 “이미 용서했고 화해했다. 현웅이 형이 잘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바닥까지 떨어졌다는 생각에 비참했는데 지금은 더 떨어질 데가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는 김 씨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장기 플랜, 그런 건 없다. 오늘이 어제보다 더 나은 날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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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