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선희 한양대 교수 ‘신한류 문화’ 논문 발표
길고 쭉 뻗은 다리가 돋보이는 걸그룹 ‘소녀시대’. 일본 소녀팬들에게 이들의 각선미는 주체적인 여성상을 상징한다. 동아일보DB
“한국인은 다리 길고 멋지고 춤 잘 추고….”(18세 일본 남학생)
9인조 걸그룹 ‘소녀시대’가 2010년 일본에 진출했을 때 가장 주목받은 것은 소녀들의 ‘긴 다리’였다. 현지 언론은 소녀시대를 ‘미각(美脚)그룹’으로 소개했고, 누리꾼들은 멤버들의 다리 길이를 소수점 이하 자리까지 계산해 온라인에 게시했다. 소녀시대의 이미지를 베껴 포스터를 만든 ‘미각전설(美脚傳說)’이라는 영화가 출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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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한류 걸그룹을 좋아하는 이유로 빼어난 외모를 꼽았다. 17세 여학생은 “케이팝이 (제이팝보다) 댄스 얼굴 성격 체형에서 우위에 있다”고 했고, 18세 남학생은 “한국 아이돌은 다리 길고, 춤 잘 추고, 노래도 잘하는데 일본 아이돌은 그런 점을 모두 갖춘 팀이 없다”고 비교했다.
이들은 한국 걸그룹의 외모를 칭찬하면서 “일본 연예인보다 품격이 높아 보인다”(17세 여학생)거나 “친근감이 있으면서도 신과 같은 존재란 생각이 든다”(16세 여학생)고 평가했다. 윤 교수는 이를 근거로 “일본 팬들의 긴 다리에 대한 찬미는 페티시즘으로만 환원할 수 없는 일본의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의미가 포함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른 문화권에서는 굴종의 상징인 무릎 꿇기가 생활화돼 다리가 심하게 휘거나 ‘O’자 형으로 변형된 일본 여성들에게 여성의 저항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긴 다리라는 설명이다. 일본 근대화 초기 잡지에 자주 등장하는 신여성들의 상징도 길고 쭉 뻗은 다리였다.
윤선희 교수
논문에 따르면 또래집단뿐만 아니라 가정 내에서 한국의 대중문화를 즐기며 모녀간의 연대감도 강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윤 교수는 “정신분석학에서 말하는 전오이디푸스(pre-oedipus·오이디푸스 전 단계의 어머니와 자녀의 공동체적 관계)적 연대의 회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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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