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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국시대 4군(君)’의 한 명이라 불릴 정도로 학식과 덕망이 높았던 맹상군(孟嘗君)의 집에는 무려 3000여 명의 식객(食客)이 있었다. 식객이란 ‘남의 집에 얹혀 밥이나 축내는 사람’이다. 그런데 식객으로 있던 사람들의 면면이 더 놀랍다. 글 읽는 선비도 있었지만 문서 사기범, 도둑, 그리고 동물 소리를 흉내 내는 등 천한 기예를 자랑하는 이들도 있었다. 맹상군이 그런 이들을 식객으로 거느린다는 것 자체가 의아할 정도였다.
그러던 중 진나라의 소왕이 맹상군을 승상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곧 그는 주변의 모함으로 죽음에 처할 위기에 빠지고 말았다. 그때 나선 이들이 바로 보잘것없던 그의 식객들이었다. 도둑질을 잘하던 이는 진귀한 물건을 훔쳐 왕의 애첩에게 보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결과 맹상군이 도망칠 수 있는 때를 알아냈다. 문서 사기 위조범은 통행증을 위조해 추격하던 군사들을 따돌렸고, 새벽이 오지 않아 마지막 성문이 열리지 않았을 때는 동물 소리를 흉내 내는 이가 닭 울음소리를 내 문지기를 착각에 빠뜨려 성문을 열도록 만들었다. 맹상군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이질적인 사람들이 결국 천금을 줘도 바꿀 수 없는 그의 목숨을 구했던 것이다.
비슷한 사람들끼리는 비슷한 생각을 하고 비슷한 해법만 만들어낸다. 위기에서도 역동적이고 입체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다. 맹상군이 미래를 위해 ‘이질적인 사람’에게 투자했듯, 미래 생존력을 담보하기 위해선 ‘당신과 이질적인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
이남훈 경제 경영 전문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