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분기 교역조건지수 75.1… 1999년의 절반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75.1로 1988년 통계작성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4분기(75.1)와 같은 수준이다. 이 지수는 1999년 1분기만 해도 150.9였지만 장기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면서 13년 만에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교역조건 악화의 주범은 무엇보다 국제유가의 상승이다. 올 1분기 원유의 수입단가지수는 1년 전에 비해 17.9% 올랐고 원유를 포함한 원자재의 지수도 8.9% 상승했다. 반면 한국이 주로 수출하는 반도체의 수출단가지수는 같은 기간 27.8% 하락했고 화공품(―5.0%), 철강제품(―4.2%) 등도 단가가 떨어졌다. 반도체는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 교체주기가 짧고 기업들 간 ‘치킨게임’(한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모두 망하는 상황)식 경쟁이 심해 지난 10년간 제품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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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국은 최근 수출단가 하락에서 오는 손실을 박리다매 방식으로 극복하고 있다. 1분기 전체 평균 수출물량지수는 176.2였고 특히 반도체는 1302.0에 달했다. 반도체 수출량이 2005년의 13배나 됐다는 뜻이다. 그러나 원유는 수입단가지수가 228.1, 수입물량지수가 112.6으로 금액과 물량이 모두 증가하고 있다. 마땅한 해결책 없이 교역조건에 부담만 주고 있는 셈이다.
:: 순상품교역조건지수 ::
수출단가지수를 수입단가지수로 나눈 값으로 ‘한 단위의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자동차와 원유가 각각 유일한 수출, 수입품이라고 가정했을 때 13년 전엔 자동차 한 대를 수출해 원유 100배럴을 수입했다면 이젠 한 대를 수출한 돈으로 50배럴밖에 수입할 수 없다는 뜻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