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항상 사전 신호… 주위서 꼭 손 내밀어야
하규섭 한국자살예방협회장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A. 자살은 개인의 문제이고, 죽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말릴 수 없다는 잘못된 인식이 팽배합니다. 특히 한국의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라는 보도가 몇 년째 나오고 최근 학생들의 자살도 이어지면서 자살은 막을 수 없다는 패배주의적 사고가 확산돼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자살은 고위험군을 미리 발견해 치료하면 막을 수 있습니다. 최근 문제가 됐던 학생들도 생명을 구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다고 합니다. 오늘 멀쩡하던 사람이 내일 갑자기 자살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상의 어려움에서 시작해 상당한 시간과 단계를 거쳐 자살에 이릅니다. 이런 과정 중 어느 시기에라도 주위에서 손을 내밀어 주면 막을 수 있습니다.
자살에도 고위험군이 있습니다. 친구 관계나 성적으로 고민하는 학생, 청년실업자, 조기 퇴직자, 가난이나 질병으로 고통받는 고령자, 우울증이 있는데도 치료 없이 방치된 환자가 대표적입니다.
이런 사례를 주변에서 찾아내 혹 자살을 생각하지 않는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보지 않았는지 알아보고 좀 더 적극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서비스로 연결해 주는 것이 예방의 핵심입니다.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 사회에는 이런 체계가 미흡합니다. 하지만 지금 있는 제도나 기관만 잘 활용해도 수많은 자살 시도와 사망자를 막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지적합니다.
또 사회 전반에 걸쳐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저소득층의 경우 생계형 자살이 많으므로 복지 서비스를 강화하고 정부가 추진하는 생애주기별 정신건강에 관한 교육이나 검진을 제대로 한다면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올해는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이 시행되는 첫해입니다. 자살예방 기본계획과 시행계획 수립, 실태조사 및 정보관리체계 구축, 예방센터 설치, 자살 위험자 및 가족에 대한 지원 및 정신건강증진 대책 마련, 자살유해정보 예방체계 구축 등의 작업이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자살이라는 문제가 내 가족과 이웃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예방을 위한 범국민적 노력에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