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쾌한 색상 화려한 디자인, 차도녀-운도녀의 발걸음 날아갈 듯
깔끔하고 절제된 ‘모더니즘’을 느낄 수 있는 엠포리오 아르마니의 스트랩 슈즈. 엠포리오 아르마니 제공
이주원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여성패션팀 부장은 “올여름엔 발이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컬러와 디자인이 화려한 포인트 슈즈가 많다”며 “샌들 자체가 튀기 때문에 의상이나 액세서리에 힘을 빼고, 샌들의 스타일과 컬러를 본인의 다리라인 등을 고려해 고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기하학적으로 진화한 스트랩 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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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 의상에 포인트를 주고 싶다면 비비드나 네온 컬러 스트랩 슈즈를 택하는 게 좋다. ‘크리스찬 루부탱’의 20주년 리미티드 에디션 ‘뉴런’은 선명한 레드 스트랩이 신경세포들처럼 촘촘히 연결돼 있다. 올해에는 스트랩을 따라 크리스털 장식이 된 샌들도 인기가 높다. ‘주세페 자노티’의 블랙 크리스털 스트랩 슈즈가 대표적이다.
‘엠포리오 아르마니’와 ‘스텔라 매카트니’는 스트랩 슈즈의 ‘모더니즘’을 보여준다. 화려한 장식보다는 절제된 라인으로 심플하고 시원한 느낌을 준다. 얇은 스트랩이 발등을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
‘발리’는 다양한 누드 컬러의 스트랩 샌들을 선보이고 있다. 서로 굵기가 다른 스트랩과 꼬임 장식, 색깔 포인트, 부드러운 양가죽 소재가 특유의 고급스러움을 보여준다. 가보시 굽을 포함한 악어가죽 플랫폼은 신었을 때 편안할 뿐 아니라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특히 누드 컬러를 선택하면 착시효과 덕분에 다리가 길어 보인다. 올해 3월 미국 할리우드 스타 제니퍼 애니스턴이 발리의 스트랩 슈즈 ‘스트레다스’를 신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밋밋한 웨지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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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는 넓은 굽에 스트라이프 무늬를 넣어 시원한 마린 룩을 연출했다. ‘크리스찬 루부탱’의 호피무늬 웨지힐은 화려한 컬러도 가미돼 있어 특유의 자연스러운 느낌보다 섹시해 보인다. 웨지힐에서 진화돼 굽이 앞부터 뒤까지 균일하게 평평한 어글리 웨지힐도 등장했다. 과거 통굽 스타일과 비슷하나 웨지힐을 살리면서 발을 가장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랑방’의 뱀피 프린트가 된 코르크 웨지힐이 대표적이다.
‘세르지오 로시’의 웨지힐은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에게 어울릴 만하다. 밑창이 나무 소재가 아니라 거울처럼 매끈한 메탈 소재가 쓰여 시원하면서 세련돼 보인다.
양털부츠로 유명한 ‘어그 오스트레일리아’는 밝고 경쾌한 프린트와 데님 소재에 어그 로고가 프린트된 경쾌한 디자인의 다양한 웨지힐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발목을 끈으로 묶는 스타일의 웨지힐은 휴양지로 떠나는 발걸음처럼 즐거워 보인다. 실제 휴양지에서 맥시스커트(긴 치마)나 쇼츠(짧은 바지)와 함께 매치한다면 멋진 리조트룩을 완성할 수 있다.
발등을 돋보이게 해주는 예술적인 라인의 스트랩 슈즈. 왼쪽부터 르네 카오빌라, 크리스티앙 루부탱, 주세페 자노티. 갤러리아백화점 제공
운도녀의 여름 선택, 플랫 샌들
‘킬힐’에 지친 ‘운도녀(운동화 신고 출근하는 도시 여자)’들, 여름에는 아마도 이것을 선택할 것이다. 바로 납작해 편안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하고 도시적인 플랫 샌들이다. 주요 백화점에서 요즘 잘나가는 것도 낮은 굽의 플랫 샌들이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도시적인 스타일에 자유로운 활동성을 갖춘 플랫 샌들은 지난해 유행했던 글래디에이터 샌들보다 심플한 라인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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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니’는 2012 런던 올림픽이 몰고 온 스포츠 바람을 플랫 샌들에 담았다. 발을 감싸는 ‘X자 스트랩’이 탄력 있게 늘어났다 줄어들어 발이 편하다. 또 도트 무늬로 발랄함을, 스트라이프 무늬로 경쾌함을 느끼게 한다.
어그오스트레일리아의 양털로 만든 플립플랍. 어그오스트레일리아 제공
양털로 만든 플립플랍도 있다. ‘어그 오스트레일리아’의 알록달록 양털 플립플랍을 보면 겨울용인지 여름용인지 헷갈린다. 하지만 양털이 발의 땀을 흡수해 무더운 여름에도 발을 보송보송하게 해준다고. 핑크 오렌지 보라색 같은 밝은 색깔이 청량한 사이다같이 느껴진다.
스트라이프 무늬가 경쾌한 마르니의 플랫 샌들. 마르니 제공
형광 핑크가 옷에만 허락된 것은 아니다. 네온컬러와 파스텔컬러가 동시에 인기를 끄는 이번 시즌, 샌들도 화려한 색의 향연에 빠졌다. 이번 시즌에는 남태평양의 푸른 바다를 담아놓은 듯한 상쾌한 청록색, 상큼한 레몬 슬러시를 연상케 하는 레몬 컬러 등 화려하고 톡톡 튀는 컬러 샌들이 많아졌다.
‘보테가 베네타’는 강렬한 빨간색과 순수한 흰색이 만나 섹시하면서도 깔끔한 스트랩 슈즈를 내놓았다. ‘크리스티앙 루부탱’의 컬러 블록 티(T) 스트랩 슈즈는 뒤의 굽은 진분홍, 뒤 끈은 청록색, 앞굽은 노란색, 티(T) 모양 스트랩은 실버톤으로 상큼한 셔벗 믹스를 떠올리게 한다. 럭셔리 브랜드들은 남다른 ‘뒤태’로 브랜드 로고 없이도 자신의 ‘출신’을 뽐낸다. ‘펜디’는 굽 부분을 독특하게 조각한 스트라이프 무늬의 샌들을 선보였다. 마르니는 독특한 나무 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굽 한가운데가 뻥 뚫려 있다. 발등을 덮는 소가죽의 부드러움, 고급스러움과 함께 독특한 분위기를 낸다.
여름 슈즈 어디서 살까
봄 재킷은 한두 번 입으면 끝이지만 여름 옷은 지금 사면 9월까지 입는다. 신발도 마찬가지. 여름이 길어지면서 샌들을 지금 사려는 사람이 많다. 신세계백화점은 전년보다 일찍 찾아온 여름 날씨로 여름샌들, 웨지힐 페어를 서울 강남점에서 13일까지 열고 리치오안나, 나무하나, 제시카심슨, 핑크펀, 지오앤사만사 등 10여 개 브랜드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최근 명품관 EAST에 럭셔리 슈즈&백 편집매장인 ‘블랙(BLACK)’을 열었다. 타비타 시몬스 등 국내에서 만나기 힘들었던 20여 개 해외 유명 디자이너의 명품 잡화를 한자리에 모아 판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