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주인공은 32세의 클레어 로머스 씨. 그는 2007년 영국 노팅엄셔에서 열린 오스버턴 경마대회에 참가했다가 불의의 낙마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돼 더는 걸을 수 없게 됐다. 그러나 그는 절망으로 세월을 보내는 대신 장애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직업도 지압사에서 보석 디자이너로 바꿨다. 그리고 마침내 런던 마라톤 도전에까지 이른 것.
그가 마라톤에 참가하기로 결심한 것은 자신과 같은 마비환자들의 치료 방법을 개발하는 의학연구단체에 기부금을 모아 주기 위해서였다. 무엇보다 그의 도전을 가능케 한 것은 ‘리워크(rewalk)’라는 브랜드의 ‘로봇 다리’가 결정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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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다리와 상체에 붙인 동작 감지 센서가 사용자의 상·하체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해 백팩 내 본체에 데이터를 전송하면 이를 바탕으로 다리의 동력장치를 움직이게 동작을 조절한다. 경사 감지 센서는 경사 각도를 측정해 사용자가 쓰러지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왼쪽 팔목에 장착한 원격조종장치는 자동차의 기어장치처럼 ‘일어나기, 앉기, 걷기, 계단 오르기’ 등 4가지 움직임을 설정할 수 있다.
로머스 씨는 올해 1월 23일부터 매일 리워크를 착용하고 한 발짝씩 걷는 연습을 했다. 그리고 4월 22일부터 매일 평균 2.4km씩 런던 마라톤 코스를 걷기 시작했다. 밤이면 근처 호텔에서 자고 다음 날 아침이면 전날 마친 지점부터 다시 걸었다. 총 16일 동안 계속된 도전에 남편 댄 스파이서 씨(37)도 동행했다. 로머스 씨의 부모와 13개월짜리 딸도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했다.
드디어 8일 낮 12시 50분. 런던 마라톤 골인 지점인 버킹엄 인근 더 몰가(街) 근처에 그가 목발과 로봇 다리를 착용한 모습으로 나타나자 수백 명이 모여들었다. 군중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당당히 결승선을 끊은 그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로머스 씨는 “나를 지지하고 도와준 여러분이 없었다면 풀코스 완주를 결코 해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나의 남은 인생은 내게 정말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자신을 걸을 수 있게 만들어준 리워크에도 감사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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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연상 기자 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