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IPBES 2차 총회에 참석한 환경부 윤종수 차관이 IPBES 사무국 서울 유치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파나마=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지난달 19일 파나마 수도 파나마 시의 한 회의장. 한국유치단은 아쉬운 탄식을 내뱉었다. 한 환경부 공무원은 눈물을 흘렸다. 지난해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2018년 겨울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이 호명된 장면처럼 이번에도 ‘한국 서울’이란 외침이 나오길 소망했다.
하지만 독일유치단 쪽에서 환호성이 들렸다.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 2차 총회에서 193개 회원국들이 IPBES사무국 유치를 결정하는 자리였다. IPBES는 생물다양성 분야 연구를 종합하고 생태환경 훼손을 줄이는 정책이행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유엔 산하 국제기구. 생물다양성 분야에서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실제 19일 투표에서 한국은 독일(본), 프랑스(파리). 케냐(나이로비), 인도(도시 미정) 등 5개 나라 중 계속 1위를 차지했다. 사무국을 유치하려면 과반의 선택을 받아야 했다. 과반이 안 되면 최하위를 탈락시키고 재투표했다. 1차 투표에서는 서울 32표, 독일 24표, 케냐 20표, 프랑스 7표, 인도 5표, 2차 투표에서는 한국 36표, 독일 28표, 케냐 19표, 프랑스 6표였다. 3차 투표에서도 한국 38표, 독일 34표, 케나 18표였다.
하지만 한국과 독일, 양자대결로 치러진 마지막 투표에서 독일이 47표, 한국이 43표였다. 독일이 IPBES에 매년 650만 달러를 추가지원하기로 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사무국 유치에 실패했지만 얻은 것도 많았다. 독일 프랑스 등은 1970년대 초부터 세계환경외교에 주력해왔다. 반면 한국이 환경 분야에 신경을 쓴 시기는 20년도 안 됐다. 독일 프랑스와 대등하게 경쟁한 것 자체가 큰 경험인 셈이다. 다른 나라 관계자들은 투표 후 “한국이 곧 환경 분야에서도 세계를 선도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유치단에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
김윤종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