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 공식 출범
○ 생물다양성 20년간 크게 위축
전 세계 193개국이 참가해 생물다양성과학기구를 설립한 이유는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의 종류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는 탓이다. 현재 지구상 전체 생물 종은 약 1400만 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중 175만 종(13%)만이 인간에게 발견돼 존재가 알려졌다. 세계자연보전연명(IUCN)에 따르면 이 중 1만5000종의 동식물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와 같은 멸종 속도가 지속될 경우 2050년경에는 지구상 생물종의 4분의 1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IPBES 2차 총회에서도 생물다양성 감소가 화두였다. 회의 기간 동안 공개된 유엔환경계획(UNEP) 보고서에 따르면 1992년부터 2012년까지 지구 생태계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지구 육지의 30%를 덮고 있는 숲이 1990년 이후 3억 ha(300만 km²)가 사라졌다. 아르헨티나 면적(276만6890km²)보다 큰 숲이 20년 만에 없어진 셈이다. 단지 10% 정도의 숲만이 훼손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구환경이 이렇다 보니 매년 52종의 동물이 멸종위기에 놓이고 있다. 고갈 위험에 처한 물고기의 비율은 전체 물고기의 13%(2008년 기준)나 됐다. 전 세계의 지구생존지수(Living Planet Index·2500종 이상의 동물을 모니터링해 생태계 건강성 분석)는 1992년 이후 12%나 감소했다. 특히 열대지역 지구생존지수는 30%나 줄었다. 반면에 최근 20년간 세계 인구는 14억5000만 명이나 증가했다.
○ 다양성 감소 체감할 ‘지표’ 설정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다. 국내 자생생물 종은 10만 종. 이 중 3만8000종(2011년 기준)이 발굴됐지만 과거 한민족과 친근했던 동물들이 멸종되고 있다. 토종여우는 2004년 3월 강원 양구군 동면 덕곡리 야산에서 자연사한 수컷 한 마리가 발견된 것을 마지막으로 멸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호랑이 역시 공식 멸종선언을 앞두고 있다. 2005년 221종이던 멸종위기 동식물은 지난해 말 245종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생물다양성 감소가 쉽게 체감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구온난화는 그 결과로 폭우와 폭설 등 기상이변이 발생한 탓에 사람들이 쉽게 위기감을 갖게 됐고 국가별로 온난화 대책이 쏟아졌다.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비교적 명확한 해결책도 존재한다. 반면에 생물다양성 감소는 당장 수백 종의 생물이 사라져도 피해가 드러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환경전문가들은 생물다양성 감소를 ‘조용한 쓰나미’라고 부른다. 브라울리우 페레이라 데 소자 디아스 유엔생물다양성협약(UNCBD) 사무총장은 “생태조사와 연구를 강화해 생물다양성 감소가 정확히 얼마나, 어떻게 일어나는지 분석해 알리는 작업이 절실하다”며 “어느 순간 특정 종이 사라지면서 생태계 전체가 무너져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도 생물다양성 감소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한창이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한반도 고유 생물종 보호정책을 추진한다. 또 생물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한반도에 서식하는 생물종을 북한 주민과 함께 조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파나마=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