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자는 어제 “당원이 직접 선출한 후보의 사퇴는 전체 당원의 손으로 결정해야 한다”며 당원 총투표를 요구했다. 이 당선자는 비례대표 경선 온라인 투표에서 1만여 표를 얻어 1위에 올랐으나 득표 가운데 60%에 해당하는 6000여 표가 수백 개의 인터넷주소(IP)에서 중복 투표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를 당선시키기 위해 컴퓨터와 인력을 다수 동원한 부정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얘기다. 부정 투표의 ‘몸통’으로 지목된 당사자가 책임을 통감하고 스스로 사퇴하기는커녕 사퇴 방법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
통진당 비례대표 경선 진상조사위원회가 지난주 “선거관리 능력 부실에 의한 총체적 부정선거”를 자인하자 이정희 공동대표 등 당권파는 “부풀리기 식 결론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오히려 진상조사위가 ‘해당(害黨) 행위’를 했다고 몰았다. 하지만 이석기 당선자의 IP 중복 투표는 어제 이 대표가 직접 공개한 메모에서 밝혀졌듯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진상조사위는 동일 IP를 통한 집단투표를 비롯해 온라인 투표 도중의 프로그램 수정, 투표 마감 이후의 현장투표 집계 등 구체적 부정 사례를 제시한 바 있다.
통진당의 비례대표 경선 자체가 부정으로 얼룩진 당원 총투표였다. 당원이 아닌 사람이 투표를 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통진당의 당원 명부가 불신의 대상이 된 마당에 당원 총투표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유시민 공동대표도 “당원 투표가 정통성과 정당성을 인정받으려면 당원 명부에 대한 전면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나선 상황이다. 통진당은 직접선거와 비밀투표라는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를 무시했고, 당 지도부가 요구하는데도 투표 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당 의결기관이 주재하는 회의를 폭력 행사로 방해하기까지 한다. 공당(公黨)이라기보다는 막가는 지하운동권의 행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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