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촌 될 한전… “토요일은 전 직원 전통시장 쇼핑데이”
김중겸 한국전력(KEPCO) 사장(왼쪽)은 지난 설 연휴에 전남 나주목사고을시장을 방문해 상품을 구매하면서 상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날 김 사장은 “전국 한전 사무실 인근의 전통시장 모두가 우리의 이웃사촌”이라며 ‘1기관 1시장’ 자매결연의 의미를 설명했다. 동아일보DB
한국전력(KEPCO) 김중겸 사장(62)은 지난 설 연휴에 한전 본사가 옮겨갈 전남 나주시의 한 전통시장을 찾았다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당시 개장 준비에 한창이던 ‘나주목사고을시장’은 재래시장의 고정관념을 깨는 파격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자동차 250여 대를 댈 수 있는 널찍한 주차시설과 고객의 동선까지 고려한 깔끔한 시장 내부, 나아가 전통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전화 주문 접수와 택배 서비스는 멀리서 찾아온 손님의 마음까지 흐뭇하게 만들었다.
상인들 역시 나주혁신도시로 이전해 올 한전 임직원들의 방문에 “이웃사촌이 찾아왔다”고 기뻐하며 앞으로의 관계 증진에 큰 기대감을 표시했다.
김 사장은 “경기침체로 서민 생활이 어려워질수록 소외계층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지원이 더 필요하다”면서 “나주시로 이전할 한전은 지역발전과 상생협력 등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실천하기 위해 지역 전통시장 지원 사업을 꾸준히 벌여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본사 임직원만 2만 명에 이르는 한전의 전통시장 사랑은 널리 알려져 있다. 2009년 이후 109억 원에 이르는 온누리상품권을 구매해 3년 연속 공공기관 구매실적 1위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직원들의 자발적 구매로 이뤄진 성과다.
한전은 전국 24개 사업장에서 35개 전통시장과의 자매결연을 통해 지역경제 발전의 버팀목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전 본사만 해도 충북 충주지역 9개 전통시장을 후원할 정도다.
2월 4일 개장한 나주목사고을시장은 ‘100일 잔치’를 앞둔 신생 시장이라지만 그 숨은 역사는 만만치 않다. 안국현 상인회장(54)은 “1000년 역사를 지닌 나주 중심부의 ‘금계상설시장’과 ‘성북5일장’을 모태로 하고 있다”며 “이 지역 서민의 끈질긴 생명력을 대변하는 전국의 대표적 전통시장”이라고 자부한다.
이 때문에 지역 경제의 핵심축인 전통시장의 명맥을 유지하겠다는 상인들의 각오가 남다르다. 여기에 혁신도시로 이전할 15개 공기업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나주 인구는 1980년에는 20만 명에 육박했지만 최근엔 8만 명대로 감소했다. 여기에 이달에는 대형마트가 나주시내에 개장한다.
이 밖에도 한전은 에너지 기업의 특성을 전통시장 활성화에도 활용하고 있다. 전통시장의 현대화 과정에서 전신주를 옮겨야 한다면 그 비용의 절반은 한전이 부담하는 방식이다. 또한 시장 인근 배전 설비 정비나 가로등 청소 사업 지원책도 마련해 놓고 있다.
한전 측은 전국 지사를 중심으로 한 전통시장 활성화 지원 노력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자생력을 갖출 때까지 장기적으로 지원하고 관리하겠다는 생각이다.
나주=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