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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북 카페]세계 문화 심장을 설레게 한 ‘한국의 만화’

입력 | 2012-05-05 03:00:00

佛 퐁피두센터의 한국만화특별전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열린 ‘한국만화특별전’ 아틀리에 체험행사에 참가한 어린이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올해 4월 25∼29일은 한국 만화사에 의미 있는 날로 기록될 것이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현대 문화의 심장 퐁피두센터에서 한국만화특별전시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2월 11일∼5월 27일 열리는 ‘플라네트 망가(지구촌 만화)’ 전시회의 한국편이긴 했지만 세계적인 문화공간인 퐁피두센터에서 한국 만화가 대중 앞에 전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등 문화국민’을 자처하면서도 ‘만화=망가(일본 만화)’로 알고 있는 프랑스인에게 한국 만화를 알리기 위해 소복이 김대중 심흥아 백종민 김한조 씨 등 작가 5명이 날아왔다.

물론 퐁피두센터는 한국 예술가들이 원한다고 쉽게 전시회를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특별전이 열린 퐁피두센터 내 문화공간 ‘스튜디오 13/16’의 보리스 티소 큐레이터의 역할이 컸다. 그는 수년 전부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제, 만화제 등을 보러 다니다가 앙굴렘 국제만화제에서 한국 만화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아 ‘새만화책’의 김대중 대표와 함께 이번 전시회를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고 했다.

또 작가 5명은 매일 13세 이상 청소년을 대상으로 아틀리에를 마련해 만화 제작 과정을 보여주고 실습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아틀리에에 참여한 사람이 매일 200명을 넘었다. 이 중 95%가 프랑스인이었다.

아틀리에에서 손을 놀리는 프랑스 청소년들의 표정은 진지했고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자폐증을 가진 청년들이 동반자들과 함께 소규모 그룹으로 땀을 흘리며 실습 작업에 참여하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13세 아들을 데리고 온 프랑스 여성은 “아들이 만화를 무척 좋아한다. 한국 만화를 인터넷으로도 봤다”며 “아틀리에의 실습이 무척 재미있었고 일본 만화와 다른 한국 만화의 독창성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만화를 통해 환경문제에 천착해온 소복이 씨는 “프랑스 아이들이 아주 순수한 것 같다”면서 “한국 아이들은 잘 그린 만화를 칭찬하면 ‘아직 잘 못 그린다. 친구가 더 잘 그렸다’며 수줍어하는데 프랑스 아이들은 ‘정말요?’ ‘고마워요’라며 기뻐하면서 함께 온 부모나 친구에게 자랑하더라”고 말했다.

전시회 기간에는 한국 만화영화 5편도 함께 상영됐다. 지난달 28일 열린 한국과 유럽(프랑스 스위스 벨기에) 독립만화 관계자들의 만화 콘퍼런스에서는 서정적이고 동양적 감수성을 지닌 한국 만화가 유럽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올 2월 스위스 출판사인 아트라빌(Atrabile)을 통해 프랑스 스위스 벨기에에 발간된 김한조 작가의 만화 ‘기억의 촉감(Memoire du corps)’은 잔잔한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는 후문이다. 내년은 유럽에서 한국 만화가 한 단계 더 도약할 기회가 될 것 같다. 프랑스 앙굴렘국제만화축제 본부는 40주년 기념행사로 2013년에 ‘한국만화특별전’을 개최하기로 했다. 이종수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장은 “일본 망가는 주로 마술과 액션 등이 소재이며 천편일률적이고 자극적이라는 인상을 주는데, 퐁피두 특별전은 이와 다른 한국 만화의 독창성과 분위기를 프랑스의 미래 주역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