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의 어머니/김용택 지음·황헌만 사진/256쪽·1만4000원·문학동네◇내 어머니의 연대기/이노우에 야스시 지음·이선윤 옮김/232쪽·1만3000원·학고재
출판계에도 어머니에 대한 책이 쏟아지고 있다. 세상살이가 각박해질수록 어머니의 목소리가 듣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각각 한국의 시인과 일본의 작가가 펴낸 책 두 권을 읽다 보면 누구나 가슴속에 간직한 모성(母性)에 대한 향수를 더듬게 된다.
“꾀꼬리 울음소리를 듣고 참깨 싹이 나온단다” “꽃만 저렇게 하야다 지면 뭐헌다냐. 꽃도 사람이 있어야 꽃이다”는 어머니의 말에 신경림 시인은 “용택이가 시인이 아니고, 너그 어머니가 시인이구만” 하면서 무릎을 쳤다고 한다. 어머니는 또한 베어진 나무의 뿌리와 기둥을 새끼줄로 엮어 생명을 잇고, 뜨거운 물을 마당에 뿌려야 할 땐 흙 속의 벌레들이 눈이 멀까 봐 “눈 감아라. 눈 감아라”라고 속삭이는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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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궁한 살림 속에 평생 호미로 밭을 갈고, 다슬기를 잡아 국을 끓이셨던 어머니의 젖은 다 쪼그라들었다. 할머니의 쪼그라든 젖을 놀리는 손주들에게 어머니는 “니 애비가 다 뜯어 묵고 이만큼 남았다”고 대답하신다.
“손이 터서 쓰리면 우리들은 어머니에게 갔다. 어머니는 젖을 꼭 짜서 발라주었다. 젖꼭지 가까이에 손바닥을 대면 쪼르륵쪼르륵 짜주었다. 그 새하얀 젖을 손등에다 발랐다. 그러면 잠깐은 쓰렸지만 손은 금방 보드라워졌다. 어머니의 젖은 또 눈에 티가 들어갔을 때나 눈이 아플 때도 쓰였다. 우리들을 반듯이 뉘어놓고는 어머니가 젖꼭지를 눈 가까이 들이대고 젖을 한 방울 뚝 떨어뜨렸다. 그러면 우리는 얼른 눈을 끔벅끔벅해서 젖이 눈에 고루 퍼지게 했다. 그러면 눈도 역시 보드라워지곤 했다.”
팔순을 넘기고 기억이 사라지는 어머니는 처음엔 같은 말을 반복하시다가, 점차 먼저 돌아간 남편의 존재를 잊고 자신을 돌보는 아들딸마저 하인으로 여긴다. 그리고 어린 시절 양자로 들어왔던 친척 오빠에게 품었던 연정을 고장 난 레코드처럼 반복한다. 작가는 “어머니는 걸어온 긴 인생을 70대, 30대, 10대, 이렇게 걸어온 방향과는 반대로 지우고 있는 듯하다”고 말한다. 부의금 명세를 적어놓은 ‘부의금첩’을 가슴에 품고 다니며 밤마다 달빛 속에 배회하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가족의 안타까운 시선이 작가의 따스하고 유머러스한 필치로 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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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