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재회하는 中 인권운동가 천광청 검은색 선글라스를 쓴 중국의 인권운동가 천광청 씨가 2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 병원에서 가족들과 재회하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주중 미국대사관이 3일 공개했다. 휠체어를 탄 천 씨 앞에 서 있는 여성이 부인 위안웨이징 씨다. 부인 왼쪽에 머리를 양 갈래로 묶은 여자아이가 딸 천커쓰, 그 옆에 티셔츠를 입은 남자아이가 아들 천커루이다. 게리로크 주중 미국대사(천 씨와 부인 사이 안경 쓴 사람)가 이를 지켜보고 있다. 주중 미국대사관 제공
천광청
○ 스텝 꼬인 미국
3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제4차 미중 연례 전략 및 경제 대화에서 ‘전략’과 ‘경제’는 실종되다시피 했다. 인권을 둘러싼 날선 대립이 회의를 압도했다. 주도권은 중국이 쥐고 있다. 일단 천 씨가 베이징 주중 미국대사관에서 나와 신병은 중국 손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미중 간 힘겨루기는 천 씨가 미대사관을 나와 병원에 입원한 2일만 해도 미국의 판정승으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중국으로부터 신변보장을 약속받은 상황에서 중국 체류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미국행을 요구하면서 상황은 꼬이기 시작했다. 천 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인권을 보장한다는 것은 공허한 말”이라며 중국을 떠나고 싶다고 호소하고 나섰다.
중국은 승세를 잡은 분위기다. 3일 현재 중국 당국은 천 씨가 입원한 차오양(朝陽)병원 입구를 봉쇄했다. 미국 관리들도 못 들어간다. 전화만 가능하다. 워싱턴포스트는 “천 씨 신병과 관련한 미중 간 합의를 중국이 위반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천 씨가 대사관을 나온 것 자체가 미국에 큰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클린턴 장관의 대실수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 12시간 동안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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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3일 오전 3시경 CNN과 가진 인터뷰에선 “중국으로부터 (대사관을 떠나라는) 압력을 받았다. 미국도 대사관을 떠날 것을 종용했다”고 말했다.
천 씨가 마음을 바꾼 것은 주변의 설득과 중국의 공포 분위기 조성 때문으로 보인다. 인권변호사 텅뱌오(등彪) 씨는 2일 저녁 천 씨와 6차례 통화했다. 텅 씨는 동료 활동가들이 실종된 사실을 전했다. 톈안먼(天安門) 사태 주동자들이 혹독한 처벌을 받은 사실도 상기시켰다.
텅 씨는 “중국이 보복하기 시작하면 무서운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 씨의 부인도 “여기는 위험하니 중국을 떠나자”고 설득했다. 실제로 천 씨의 탈출을 도운 인권운동가 후자(胡佳) 씨의 부인 쩡진옌(曾金燕) 씨는 가택연금에 처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천 씨는 처음에는 아무 말 없다가 나중에는 “미국 관리 2명에게 전화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며 불안을 호소했다. 또 “지금(2일 밤)까지 중국이 우리에게 저녁을 주지 않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배고파 울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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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 사태 어떻게 처리될까
미국이 할 수 있는 건 외교적 노력이나 국제 여론에 호소하는 방법 정도라는 관측이 많다. 중국인권보호의 리니 시아 씨는 뉴욕타임스에 “미국이 너무 순진했다”고 했다. 미 의회 산하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는 3일 이번 사태에 대한 긴급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이번 사건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으로서도 천 씨가 중국에 있는 게 부담이다. 그렇다고 그를 망명시키자니 강경파의 반발이 우려된다. 스인훙(時殷弘) 런민(人民)대 교수는 동아일보에 “천 씨 문제는 1989년 팡리즈(方勵之) 모델로 풀었어야 했다. 미대사관에 몇 달 있다가 여론이 잠잠해지면 미국으로 보내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는 단기적으로는 미국에 불리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중국에도 유리할 게 없다”고 진단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