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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화살표 청년’ 아시나요

입력 | 2012-05-04 03:00:00

버스정류장 700곳 노선안내판 진행방향 빨간색으로 붙여
이민호씨 서울시장 표창 받아




바리스타 복장의 박원순 서울시장과 ‘화살표 청년’ 이민호 씨(오른쪽). 서울시 제공

그저 답답해서 시작한 일이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지만 누군가 시작하면 수많은 사람의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자전거를 타고 서울시내 버스정류장 곳곳을 돌며 안내판에 버스 진행 방향으로 빨간색 화살표를 붙였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그가 붙인 화살표를 보고 더 이상 방향을 헤맬 필요가 없었다. 인터넷상에서 그는 ‘화살표 청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그를 알아보는 시민들이 생겨나면서 간식을 챙겨주거나 함께 화살표를 붙이고 싶다며 스티커를 보내달라는 이도 있었다. 화살표 청년 이야기는 박원순 서울시장에게도 전해졌다. 박 시장은 그동안 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 편의와 안전을 위해 봉사해 온 화살표 청년 이민호 씨(24)에게 3일 시장 표창을 수여했다.

이 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화살표를 붙이고 있으면 사람들이 버스 노선도에 장난친다는 시선으로 쳐다봤다”며 “예전에는 다산콜센터로 전화해 버스 방향 표시를 해달라고 신고했지만 처리하는 데 2, 3주나 걸려서 직접 하나씩 붙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씨가 지금까지 화살표를 붙인 버스정류장은 700여 곳에 이른다.

이 씨는 지난달 서울시 인터넷 생방송 토크쇼 ‘원순 씨의 서울이야기 시즌2’에 서울버스 앱 개발자 유주완 씨(20)와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이 씨는 당시 같이 출연했던 유 씨로부터 수도권까지 포함하면 전체 버스 정류장이 3만여 곳에 이른다는 사실을 듣고 놀라기도 했지만 힘닿는 곳까지 화살표 붙이기를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평생교육진흥원 학점은행제에 등록해 올해 8월이면 전자공학 관련 학사 학위를 받게 된다. 이후에는 취업을 준비해야 한다. 이 씨는 “불러만 주신다면 어디든 달려가겠지만 이왕이면 봉사활동을 많이 하는 기업에 취업하고 싶다”며 멋쩍게 웃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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