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 진상조사위 “비례경선 총체적 부실-부정”당권파 “동의 못해”… 사퇴 등 후속조치 안해
조준호 위원장 “부정선거 드러났다” 통합진보당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이 2일 국회 정론관에서 “당 국회의원 비례대표 경선에서 부실, 부정 선거가 있었다”고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19대 총선 비례대표 후보 선정 과정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돼 자체 조사를 벌여온 통합진보당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은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선거는 정당성과 신뢰성을 잃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위원장은 “적정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 업체와 계약하고 당 선거관리위원이 아닌 임의적 (인물의) 지시에 따라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수정하는 등 공정성을 보장할 수 없는 선거”라며 부정선거 실상을 낱낱이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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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도덕적 우월성을 강조하면서 ‘진보정당’을 자임해온 통진당이 막상 자신의 허물 앞에선 “부정은 있었지만 선거 결과는 유효하다”는 식의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선거부정은 NL계가 장악한 옛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관행처럼 있어 왔지만 지난해 12월 통진당 출범 때 국민참여당 출신들이 수혈되면서 비로소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 당권파 “조사 못 믿겠다”
NL계 당권파인 이의엽 공동정책위의장은 이정희 공동대표와 상의한 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의혹이 부풀려지고 불필요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조사위의 객관성과 공정성 자체도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등 되레 당 진상조사위를 공격했다. 부정선거의 진상과 후폭풍을 최소화하려는 당권파 전체의 인식을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당권파는 이 문제가 검찰로 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 의장은 “어떤 경우라도 당이 수습 능력이 있다고 봐야 한다. 당 정보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검찰로 넘어가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도 고소 고발이 없으면 수사에 착수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 시계 제로 통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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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조사 조작 이어 도덕성에 치명타… 黨 쪼개질 수도 ▼
부정선거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이청호 부산 금정위원장은 2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정희 대표가 직접 그런(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얘기를 한다면 정치를 그만둬야 한다. 당대표 사퇴가 아니라 정계은퇴를 요구할 것”이라고 압박 강도를 높였다. 그는 “비례대표 1∼3번 당선자가 사퇴하지 않는다면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엔 창당 5개월 만에 당이 공중 분해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 진보진영도 단호한 조치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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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민노당 출신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를 통해 “이정희 씨 사퇴하고 비례대표 다시 뽑아야죠”라고 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진보당 일부의 의식과 행태가 ‘현대화’ 이전에 ‘근대화’가 안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확실히 정리하지 않으면 원내교섭단체는 없다”고 경고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