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객원논설위원·한국금융연구원장
서비스 산업에는 지식재산권 등과 연결된 고급 서비스부터 단순한 서비스까지 다양한 분야가 포함된다. 우리 경제에서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예를 들어 음식점에 가면 가끔 “이거 서비스로 드리는 거예요”라는 말을 듣는다. 공짜로 제공하겠다는 얘기이니 손님으로서는 반가울 따름이다. 그런데 단어가 흥미롭다. ‘공짜’로 드린다고 해야 맞을 것 같은데 ‘공짜’ 대신 ‘서비스’로 드린다고 표현을 한다. 경제학 교과서를 보면 재화(goods)와 용역(services)은 소비의 대상으로서 매우 가치가 있는 실체이다. 이처럼 가치가 높은 ‘서비스’라는 단어가 우리나라에서는 ‘공짜’라는 단어와 치환되고 있는 것이다.
수업 중 저자 앞에 놓인 불법복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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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이 아니었다. 사람의 손을 거치는 각종 서비스에 대해 따로 보상을 하는 문화도 인상적이었다. 예를 들어 음식점에서 일하는 종업원에게 음식값 이외에 팁을 지불한다든지, 택시를 타는 경우에도 요금 이외에 따로 일정 부분 팁을 주는 관행이 정립돼 있었다. 처음에는 귀찮게 느껴졌지만 차츰 익숙해지면서 복잡하든 단순하든 여러 가지 무형의 ‘서비스’에 대해 사회 전체적으로 인정을 해주는 문화가 잘 정착돼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매킨지 같은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나 각종 소프트웨어 및 문화산업들이 미국을 기반으로 성장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지식재산권 등 무형의 서비스에 대한 엄격한 관리와 제대로 된 보상을 하는 문화가 관련 산업 부흥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토종’ 컨설팅 업체를 꼽기가 어려운 것도 이해가 간다. ‘서비스’가 ‘공짜’라는 단어로 인식되는 분위기 속에서 ‘서비스’ 산업은 제대로 성장하기 힘들다. 계약서나 보고서를 페이지 수로 평가하려 들고 소프트웨어나 각종 음원(音源) 내지는 영화까지 불법 다운로드가 성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야말로 ‘2%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은행의 각종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은행이 현금자동인출기를 운영하는 데 사람은 안 보이고 기계만으로 ‘자동’ 처리가 되는데 왜 수수료는 이리 비싸냐는 식의 지적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인식 전환이 산업 부흥의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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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눈에 안 보이는 무형의 ‘서비스’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문화가 더욱 확산되고 정착돼야 한다. ‘서비스’가 제대로 대접받는 풍토가 조성됨으로써 금융 회계 법률 보건 의료 등을 포함한 각종 ‘서비스’ 산업이 우리 경제에서 더욱 눈부신 성장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윤창현 객원논설위원·한국금융연구원장 yun3333@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