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잡으려 美달러 도입… 화폐가치 갑자기 커졌지만동전 공급 제대로 안돼… 상점마다 거스름돈 골머리
“잔돈이 없는데 잔돈 10센트(약 113원) 대신 이 병따개를 가져가시죠.”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 있는 클래식슈퍼마켓의 종업원 리디아 주와위 씨는 손님들에게 매번 잔돈에 해당하는 물건을 더 사달라고 요청한다. 거스름돈으로 줄 동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채소노점을 운영하는 롭슨 마드줌바라 씨는 “물건을 팔 때도, 살 때도, 버스를 탈 때도 언제나 거스름돈을 받기 위해 한참 기다려야 한다”며 “짐바브웨에서 거스름돈은 중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거스름돈 지급을 피하기 위해 일부 상점에서는 거스름돈으로 줘야 할 돈 액수만큼 물건을 계속 신용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신용전표’를 사용한다.
이런 현상은 2009년 화폐개혁이 단행되면서부터 시작됐다. 그전까지만 해도 짐바브웨에서는 슈퍼마켓에 한 번 갈 때마다 돈다발을 상자에 가득 싣고 가야 했다. 2007년 기준 연간 1만 %가 넘는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때문이었다. 2009년 1월 짐바브웨 정부는 100조 짐바브웨달러짜리 지폐를 새로 발행하는 초강경 대책을 내놨으나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는 실패했다. 결국 같은 해 4월 자국 화폐 발행을 중단하고 미국달러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