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퇴하면 오세훈 前시장과 다른게 뭐 있냐고 말하는 사람 많아”
김문수 경기지사가 대선 출마 선언 하루 만에 도지사직 사퇴를 놓고 태도를 바꿨다.
김 지사는 23일 기자들을 만나 “도지사직을 언제까지 유지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선 경선에 당선될 때까지”라고 답했다. 이어 “(대선 후보로) 선출이 안 되면 그냥 (도지사직을) 한다는 얘기”라며 “도민들 중에는 ‘당장 (대선 후보가) 되지도 않는데 도지사직을 사표 내면 (중도에 사퇴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다를 게 뭐가 있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전날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기자들에게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하려면 도지사직을 사퇴해야 한다”며 “빠른 시간 내 신변을 정리한 뒤 가급적 빨리 예비후보 등록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자들이 “일주일 정도 걸리느냐”고 되묻자 “특정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구체적 시기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도지사직 사퇴를 기정사실로 언급한 것이다.
김 지사는 도지사직을 유지한 채 전국으로 ‘광폭 행보’에 나선다. 24일은 대구에서 특강을 통해 ‘TK(대구·경북)의 적자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아닌 자신이라는 점’을 부각시킬 계획이다. 25일에는 자유총연맹 회원들과 전북 고창 선운산 산행을, 28∼29일에는 부산을 찾는다.
대선 출마 선언 당시 박 위원장에 대한 비판을 자제했던 김 지사는 하루 만에 포문을 열었다.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에 대한 박 위원장의 부정적 반응에 대해 그는 “약속은 과거의 것이고 비전은 미래의 것이다. 비전을 갖고 도전을 택할지, 아니면 약속만 계속 이야기할지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이회창 전 총재 시절 이 총재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경선룰이 불공정하다며 탈당까지 결행했다가 실패하고 복당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지사의 최측근인 차명진 의원은 “지금은 박 위원장 1인 지배정당이다. 경선 룰을 고칠 수 없다는 주장은 독재적 발상”이라며 “박 위원장이 경선 룰 변경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제2의 이회창’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몽준 전 대표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변화를 두려워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발상 아닌가요”라며 “국민의 참여를 거부하면서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나요”라고 반문했다.
김 지사는 친박(친박근혜)계에서 제기한 ‘청와대 배후설’을 놓고도 각을 세웠다. 김 지사는 “대통령과는 최근 몇 달 동안 전화통화를 한 적이 없고, 청와대 사람을 만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김 지사 측은 “박 위원장이 오히려 청와대와 합작 공천을 하지 않았느냐”며 “청와대 배후설이 친박 의원의 개인적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박 위원장을 잘못 모시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