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박 지사는 대선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물밑에서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박 지사 측 인사는 최근 서울의 홍보기획사 관계자와 만나 박 지사가 대선에 뛰어드는 시기와 명분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사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근과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지사의 대선 출마 움직임은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지난해 2월 당시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전남 순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민주당 후보를 공천하지 않은 것에 대해 ‘당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며 중앙정치 현안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5월에는 전남도 최대 현안인 호남고속철(KTX) 노선 변경에 대해 “현 정부는 차라리 손을 떼라”며 작심발언을 하기도 했다. 11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대응 문제에 대해서도 “당이 패배주의에 빠져 있다. 지도부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올 3·1절에 발표된 북-미 회담 결과에 대해 광역단체장으로는 이례적으로 “북한은 핵 활동을 중단하고 미국은 북한에 식량을 지원키로 한 것을 환영한다”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박 지사 스스로도 출마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그는 최근 지역 언론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내 대선주자들이 영남인사 일색인 상황에서 호남정치의 복원은 물론 경선 흥행을 위해 출마 권유를 많이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지사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는 “여러 상황을 고려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대선 출마에 대해) 결정된 것은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전남도 안팎에서는 박 지사가 무리한 정치 행보로 도정 공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데다 당내에 정치적 기반이 거의 없어 출마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무안=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