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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는 적” 공언 올랑드 1위 오르자 재계-주변국 ‘긴장’

입력 | 2012-04-24 03:00:00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가 예상대로 1위에 오르고 결선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프랑스 경제계는 물론이고 주변국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계는 진정한 적’이라고 공언했던 올랑드 후보의 경제 공약 중 상당수가 금융계와 부자를 겨냥한 증세이기 때문이다. 연소득 100만 유로(약 15억 원) 이상 소득자는 75% 과세, 15만 유로 이상 소득자는 45% 과세, 금융거래세 신설, 금융소득세 인상 등이 그의 대표적 공약이다.

특히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함께 유럽 재정위기 해결책을 앞장서 마련해 온 독일은 올랑드 후보가 유럽연합(EU) 회원국의 재정적자를 강제적으로 규제하는 신재정협약을 재협상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어 긴장하고 있다. 보수 성향인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정부가 재정적자와 부채 감축을 위한 긴축경제에 한목소리를 내 왔는데 큰 축인 프랑스가 ‘성장우선’을 강조하며 다른 주장을 펴면 협약 자체가 난항을 겪는 것은 물론이고 경제위기 공조 체제가 무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올랑드 후보는 시장에서 제기해온 불안한 시각을 불식시키려는 듯 각종 인터뷰를 통해 “나는 위험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신재정협약은 의회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또 그는 “대통령이 되면 바로 다음 날 재계 인사들을 엘리제궁으로 초청해 대화를 나누겠다”고 말했다.

중도층을 의식한 올랑드 후보의 온건화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언론은 사회당 정부가 들어서면 어차피 경제, 복지 정책의 ‘좌클릭’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공약들은 대부분 입법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6월 총선에서 사회당이 1당에 오를 것인지가 관건이다. 최고소득자 75% 과세 등의 공약은 사회당 내부에서도 반대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다.

23일 개장한 유럽 증시는 일단 불안감을 내비쳤다. 오후 3시(현지 시간) 현재 영국(―1.70%), 프랑스(―2.21%), 벨기에(―2.03%), 독일(―2.82%), 이탈리아(―2.30%) 등 주요국 주가지수가 하락세를 보였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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