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층만 알 수 있는 정보 NYT-더타임스 등 보도“3국 물밑 협력” 추측 무성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19일 공산당 중앙판공청 명의의 ‘왕리쥔(王立軍) 조사 보고서’가 실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왕리쥔 충칭 시 공안국장이 보시라이 가족의 비리를 적발했다는 것이 보고서의 주요 내용이다. 이 보고서는 보시라이가 충칭 시 당서기에서 해임된 다음 날인 3월 16일 고위 간부들에게만 배포된 것. 이 보도는 이념 다툼의 양상을 띠어 가던 보시라이 문제를 개인비리 문제로 규정지으려는 중국 지도부의 의중에 부합한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내부 보고서’가 외부에 유출된 것은 이례적이다.
이어 월스트리트저널은 영국인 닐 헤이우드 씨가 독살됐을 가능성이 있으며 보시라이의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가 연루돼 있다고 지난달 26일 보도했다. 이로써 보시라이의 비행은 살인 혐의가 핵심인 중범죄로 급속히 확대됐다. 이어 영국 더타임스 등은 헤이우드와 구카이라이의 연인설 등을 집중 조명하면서 보시라이 일가의 방탕한 이면을 들춰냈다.
미국과 영국 정부의 대응도 중국 지도부의 이해관계와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는 평가다. 왕리쥔은 2월 6일 기밀자료를 들고 청두(成都)의 미국 총영사관에 36시간 머물렀지만 미국은 왕리쥔을 영사관 밖으로 내보냈다. 하지만 미국이 차기 상무위원 후보의 심복이 갖고 온 문건을 과소평가했을 리는 없다는 점에서 이미 미국 측이 핵심 내용을 전달받았으며, 중국 지도부가 원하는 쪽으로 움직이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영국은 헤이우드 사망 이후 석 달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보시라이가 충칭 서기에서 면직되자 헤이우드 사건 재조사를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홍콩 밍(明)보는 “미국과 영국이 중국과 암중 협력을 통해 이번 사건을 다루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