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해외파 중 가장 늦어
이대호의 첫 홈런은 과거 해외파 타자들에 비해 늦은 편이다. 해외파 중 가장 빠른 데뷔포를 쏘아 올린 선수는 이종범(은퇴)과 KIA 최희섭이다. 이종범은 1998년 해태에서 주니치로 이적해 정규 시즌 5경기 만인 1998년 4월 8일 한신전에서 첫 홈런을 신고했다. 최희섭은 시카고 컵스 시절인 2002년 첫 한국인 타자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5경기 만인 그해 9월 9일 첫 안타이자 첫 홈런을 기록했다.
하지만 첫 홈런이 빨리 나왔다고 그해 성적이 좋았던 건 아니다. 이종범은 데뷔 첫해에 한신 투수 가와지리 데쓰로의 공에 오른쪽 팔꿈치를 맞은 뒤 부상 후유증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최희섭 역시 빅리그 데뷔 첫해 타율은 1할대(0.180)에 머물렀다.
첫 홈런을 위해 가장 오래 기다린 해외파는 미국프로야구 클리블랜드의 추신수다. 2000년 시애틀에 입단한 추신수는 클리블랜드로 트레이드된 직후인 2006년 7월 29일 친정인 시애틀을 상대로 마수걸이 홈런을 쳤다. 2005년 4월 21일 빅리그에 이름을 올린 지 464일 만이었고 자신의 15번째 메이저리그 경기였다. 그는 2009년과 2010년 2년 연속 20홈런-20도루를 기록하는 등 팀의 중심 타자로 자리 잡았다. 22일에도 오클랜드와의 방문경기에서 5타수 2안타로 전날에 이어 두 경기 연속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기록했다.
한편 이대호는 22일 고베에서 계속된 니혼햄전에서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했지만 3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다. 하지만 이대호는 “이제 시즌 초반일 뿐”이라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는 21일 일본에서 첫 홈런을 날린 뒤 “팀이 졌기 때문에 의미 없는 홈런”이라고 했다. 이대호가 동갑내기 친구 추신수처럼 시간이 흐를수록 맹타를 휘두를지 관심이 쏠린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